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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

by 글쓰남 2018.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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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10점
허혁 지음/수오서재

글 쓰는 운전사의 작지만 단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출판사에 도착한 한 통의 투고 메일. ‘전주 시내버스기사’라는 짤막한 자기소개가 전부였던 저자는 정갈하게 정리된 원고를 첨부했다. 현직 시내버스기사 허혁이 쓴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버스기사가 버스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다. ‘누가 버스기사의 책을 내줄까 싶어’ 숱한 출판사 메일을 수집해 원고 투고를 했다는 저자는 메일 수신 확인이 된 대부분의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다.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 돌이키기 어렵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옳고 자기 인식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삶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대목이다.”,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팔짱끼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이나 눈으로 쉬워 보여도 막상 몸으로 그 기대를 실현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열여덟 시간씩 버스를 몰다 보면 원치 않아도 다양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넘나들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기사였다가 한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기사가 된다. 저자는 그 시간을 자신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만들었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글들을 적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코르크 마개가 쑥 올라오듯, 운전을 하다 보면 글이 그렇게 떠올랐어요”라고 말하는 저자.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썼고,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탈고했다. 버스는 하나의 세상이 되고 독자이자 승객인 우리는 그 세상 속 시민이 된다. 버스라는 세상을 책임지는 저자의 글은 우리 영혼을 톡톡 건드리고, 때로는 엄마를, 아버지를, 할머니를 조우하게 만든다. 묵묵하게 운전하며 글 쓰는 기사 허혁의 글은 우리를 먹먹하게 만들어 기어이 눈물짓게 한다. 

약속장소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출퇴근길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본 사람이라면, 기사가 난폭운전을 한다고 투덜거려본 사람이라면, 버스 차창을 멍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본 사람이라면,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버스기사’인 저자의 글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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