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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by 글쓰남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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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10점
이병률 지음/달

거꾸로 되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내 사랑을
내가 아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들을
그리고 사랑했던 당신과 사랑하고 있는 당신을요

사랑하고 있는 이들을 향한 이병률 시인의 따뜻한 축사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여행산문집 3부작과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내며 바깥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에 대해, 한 사람을 아우르는 다양한 감정과 개개인의 면면을 헤아리고 들여다봐온 이병률 시인이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출간한다. 이번 책은 전작 『혼자가 혼자에게』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으로, 사람과 그들의 인연을 총망라한 감정 ‘사랑’에 대한 글들을 담았다. 꾸준히 사람의 세계를 여행해온 시인이므로 그가 쓰는 사랑에 대한 글들은 더욱 기대가 크다.
어느 늦여름 밤 제주의 한 바닷가. 새로 작업하는 것이 있냐는 다정한 후배 시인의 질문에 시인은 아무 생각 없는 척 대답한다. “사랑 이야기를 한 권 쓸까?” 하고. 어떤 바람은 하나의 커다란 줄기가 되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끌기도 해서, 시인은 이를 계기로 사랑 이야기를 한 편 한 편씩 쓰게 된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시인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어떤 진심은 오롯이 전해지지만 어떤 진심은 가닿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하지만 ‘혼자’의 터널을 성실히 통과해온 시인은 이를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빛남과 아름다움에 눈을 마주치고 보듬는다.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가 움직인 흔적이 사랑이라면 어떤 특정한 부분만을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랑은 삶이고, 사랑은 사람이며 여러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그러므로 슬플 것도 쓸쓸할 것도 없이 이 모든 게 사랑의 다양한 모양일 뿐이라고. 여러 사랑을 경험하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해준다.

사랑의 힘은 무엇도 될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말 속에 진심을 숨겨놓는 사람들, 사랑과 이별이 제각각 스며든 우산, 사랑을 배운 적 없어서 사랑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 아무 날도 아닌 날 서로에게 특별함을 선물하려고 식물가게를 찾은 두 사람. 사랑한다고 말하자 “왜 하필 나예요?” 하고 되묻는 사람,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고백을 거절당한 사람, 계획 밖에 있던 눈물에 엄습당하는 누군가.

이 여러 모양의 사랑을 자신의 사랑과 겹쳐보다 보면 우리는 ‘사랑’을 가리는 ‘실패’의 휘장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 것만 보려다가 안 보게 되는…… 아름답지 않은 건 어떡하라고요……”라고 말하는 인물 앞에서, 그 말이 너무 아름다워서 푹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떠나는 인물에게 손을 흔들며 그날을 아름답게, 말들로 잔뜩 어질러진 밤으로 기억하듯 말이다.
그간 시인의 산문집이 여행을 떠나온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동행이 되어주었고, 갑작스럽게 맞이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혼자로 오롯한 시간을 선사했다면 이번 산문집은 우리 훌쩍 떠나자고 슬쩍 내미는 손 같다. 그 손을 잡으면 다시 어딘가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언젠가 낯선 국가의 우체국에서 막연히 보냈던 엽서 한 장처럼 혹은 문득 우편함에 꽂힌 아는 사람의 편지처럼 당신에게 설레고 반갑게 손짓할 테다.
이 책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소식에 동행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고,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당신의 작은 소식 하나도 전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요즘 어떻게 지내?’ 하며 평범하게 물꼬를 트더라도, 그 대화가 한줄기의 바람이 되어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줄 것이다. 어떤 소식들은 말해야만 전해지고 그래야만 가닿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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