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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공부 공부 - 자기를 돌보는 방법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by 글쓰남 2017.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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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공부 - 10점
엄기호 지음/따비

공부는 해서 무엇하나, 자기를 망가뜨릴 뿐인데

사람마다 ‘공부’ 하면 떠올리는 것들이 다르다. 누구에게는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공부이고, 누구에게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이며, 또 누구에게는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계발이다. 그런데 이런 공부의 결과는 참담하다. 그 공부 경쟁에서 꼭대기를 차지하지 못하면 출세는커녕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심지어 이미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들조차 쉴 새 없이 공부와 자기계발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부와 자기계발은 자기 착취에 다름 아니다. 


이 생존주의 시대의 자기계발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력과 ‘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라’는 명령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 이중의 압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도 성과를 내지 못한 이를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한 이로 만든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다는 증명서는 ‘성공’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성공할 때까지 ‘노오력’할 수밖에 없다. 노오력으로 안 되면 노오오력하며 자기를 소진하거나, 패배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러면, 그 경쟁에서 꼭대기를 차지한 이들은 과연 원하는 결과에 만족하고 있을까? 공부에서 늘 성과를 내는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은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좌절을 다루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 입학한 대학에서 상대평가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C학점을 받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때, 이들은 어쩔 줄 몰라한다. 한편, 소위 사회 지도층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정 논단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시피, 이 사회의 엘리트들은 공직자로서의 윤리도, 전문가로서의 자존심도 없다. 공부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이 절제와 겸손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성공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공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파괴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를 배려하고 돌보는 공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를 돌보기 위한 공부로의 전환

저자는 ‘자기를 돌보는 공부’를 위해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첫째, 자기 한계를 아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에서 한계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재능과 조건의 한계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돌파하는 것이 성취였다. 그러나 재능의 유무나 크기 자체로 탁월함을 가를 때, 남들보다 못한 재능을 가진 이는 일등을 바라보며 노오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계가 극복이 아니라 ‘다룸’의 대상이 되면, 누구나 자기 한계에 맞추어 자기를 보전하며 다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자기 한계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는 물러나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를 보호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를 배려하고 자기 한계를 알려면 ‘자기에 집중’해야 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기가 알지 못하는 자기가 곧‘타자’이며, 타자를 대하는 방법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주장하는 ‘전환의 공부’는 어떤 것일까? 저자는 ‘연속성’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성장과 공부를 연결한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늘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를 갱신해나간다. 자신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배움이 깊어지면 아는 것을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성장’이다. 성장의 핵심이 연속성이다. 경험의 갱신을 통해 삶이 연속적으로 진행될 때, 그것은 성장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삶에서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삶의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공부는 사람의 삶이 연속성/서사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각각의 사물과 현상, 행동과 결과를 연관 지을 수 있는 지적 활동이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 연관성을 파악하고, 파악한 바에 따라 행동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공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공부의 힘이 주는 쾌감을 느껴본 사람은 공부를 계속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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