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주인공 테드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족들을 멀리 여행 보내고 주변을 꼼꼼히 정리한 후 관자놀이에 총을 발사하려는 찰나, 초인종이 울린다. 무시하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정체 모를 방문자는 테드의 이름과 그가 지금 총을 쏘기 직전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망설이던 테드의 손에 쪽지 한 장이 잡힌다. 쪽지에는 자신의 것이 분명한 손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 그러나 테드는 그 쪽지를 쓴 기억이 없다. 그는 마침내 방문자를 안으로 들인다. 자신의 이름을 린치라고 밝힌 방문자는 테드에게 달콤한 제안을 건넨다. 테드처럼 자살을 꿈꾸는 또다른 남자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인간쓰레기를 한 명씩 죽여주면 ‘조직’에서 테드를 죽여주겠다고. 가족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든 이 사회를 위해서든 그 방법이 훨씬 정의롭지 않으냐고. 자살은 중단되었고, 테드는 새로운 행동에 나선다. 바로 살인이다. 그의 첫 살인은 생각보다 수월했지만, 테드는 모든 것이 조금씩 뒤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페데리코 아사트의 세 번째 소설이자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글로벌 베스트셀러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하나의 거대한 미궁과도 같은 작품이다. 어디부터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악몽인지… 경계조차 희미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매 순간이 놀라운 비밀로 가득하다. 마침내 출구로 향하는 길을 만난 순간, 교묘하게 깔려 있던 복선들이 거대하고 충격적인 하나의 의미가 되어 독자를 덮친다.
《다음 사람을 죽여라》를 먼저 읽은 영미, 유럽권 독자들은 영화 <인셉션>과 <메멘토>를 연상케 한다는 서평과 함께 1부와 동일하게 시작되는 2부의 첫 문장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를테면 1부의 일부 내용이 2부에서 변형.반복되었다가 3부에서 완전히 부정되고 4부에 이르러 진실을 드러내는 식이다. (물론 에필로그를 읽는 동안에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독자의 모든 예상을 가차없이 배신하는 소설’이라는 일본의 소설가 미쓰다 신조의 찬사와 ‘책을 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하는,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작가’라는 <뉴욕타임스>의 서평처럼 겹겹의 비밀과 거듭되는 반전에 휘둘리다 보면 몇 번이고 페이지를 되돌려 내용을 복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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