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by 글쓰남 2022. 5. 17.
반응형
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10점
박완서 지음/열림원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특별한 정원
꽃과 나무처럼 꾸준한 애정으로 삶을 돌보다

날마다 나에게 가슴 울렁거리는 경탄과 기쁨을 자아내게 하는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 깃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읽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작가의 말’에서

『호미』는 박완서가 2011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낸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소박하고 정겨운 생활을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전반까지 그 집에서 살았다. 바로 그 시절, 그 공간에서 박완서가 뿌리고 거두었을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변덕스럽지만 원칙을 깨지는 않는 자연의 질서, 작고 사소할지언정 경이로운 생명들……. 나이가 들며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 곳곳에 지친 삶을 쓰다듬는 상냥한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무들이 물을 길어 올리는 소리, 흙 속의 무수한 씨들이 서로 먼저 나가려고 부산을 떠는 소리”. 뒤숭숭한 세상을 보며 삶에 대한 비관이 솟구칠 때도 “땅에 균열을 일으키며 밑에서 솟아오르는 씩씩한 녹색”을 보면 “새로운 힘이 솟는 걸 느”낀다. 김매듯이 꾸준히 일궈온 삶이지만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내가 거둬야 할 마당이” “나에게 맞는 불편을” 제공해주듯, 심심하고 담백한 일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화”야말로 ‘아치울 노란집’이 그에게 선사한 진짜 선물이 아닐까.
1부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는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아치울로 이사한 작가가 자신만의 작고 특별한 정원을 일구며 발견한 일상을 빛내는 작은 행복들을, 2부 ‘그리운 침묵’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고난 속 바래지 않은 휴머니즘과 다음날을 향한 따뜻한 희망을, 3부 ‘그가 나를 바라보았네’는 종교적 깨달음과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를, 4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호원숙 소설가에게 가진 신뢰와 애정, 그리고 더없이 너그러운 우인(友人)으로 살다가신 어른들의 삶에 관해 풀어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