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혐오 발언 - 너와 나를 격분시키는 말 그리고 수행성의 정치학

by 글쓰남 2016. 8. 15.
반응형

                                


혐오 발언 - 10점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유민석 옮김/알렙           



혐오 발언에 대한 저항은 가능한가?


199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 차별, 혐오 범죄가 특히 부각되었다. 백인 소년이 흑인 가족의 집 마당에서 십자가를 태운 사건, 고등법원장 후보가 한때 부하 직원인 판사를 성적으로 추행하여 상원의원 청문회까지 열렸던 일, 영화 <미시시피 버닝>을 보고 난 후 백인을 살해한 흑인들, 로드니 킹, 동성애 차별 등이 끊이질 않았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흐름도 이와 비슷하다. 일베, 김치녀, 소라넷, 강남역 살인 사건, 여성 혐오 랩 가사, 퀴어문화축제, 고위 공직자의 ‘개돼지’ 발언, 데이트 폭력, 메갈리아……. 그야말로 혐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혐오 발언’의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흔히 ‘막말’이라고 하는 사태는 최근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개, 돼지’ 발언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개인적 일탈 행위였다 쳐도, 그의 말은 ‘듣는 이의 따귀를 강타하고, 복부를 걷어차고, 열등한 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 책 『혐오 발언』에서 주디스 버틀러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국가가 혐오 발언을 생산한”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의 논쟁적인 책 『혐오 발언』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사라 살리), “낸시 프레이저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며 토론되는 철학자 중 한 명”(리처드 로티)으로 소개되곤 하는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수행성, 패러디, 드래그 등의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이 책 『혐오 발언』에서 ‘상처를 주는 말’ 즉 혐오 발언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더 세부적으로는, 혐오 발언에 대한 국가 규제의 문제, 검열과 표현의 자유 문제, 언어적인 상처, 타인의 호명으로 탄생하는 주체의 문제, 언어적 생존이나 화자의 책임 등과 같은 언어와 권력, 침묵이나 전유 그리고 저항에 관한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철학적 질문 들이다. 따라서 『혐오 발언』에서 버틀러가 던지는 이런 질문들은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상처를 주는 말’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동시대성이 존재하며 많은 사유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 『혐오 발언』에서 혐오 발언, 포르노그래피, 동성애자의 자기 선언, 십자가 소각, 국가 검열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상처를 주는 말’을 다룬다. 그녀는 포르노그래피와 인종차별주의가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페미니스트들과 반인종차별주의 이론가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낸다. 그녀가 비판하는 이론가들은 모두 혐오 발언을 규제하자는 어떤 ‘평등’주의적 논증을 제기한다. 즉 발언이 집단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틀러는 이런 논증들을 거부한다. 궁극적으로 그녀는 혐오 발언에 대한 어떤 규제도 제정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규제는 “발언을 ‘재의미부여’하고 ‘재수행’함으로써 이런 발언에 도전하도록 일깨워질 자들을 침묵시키도록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틀러가 비판하는 이들은 모두 ‘상처를 주는 말’에 대해, 이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행사하는 차별 행위이고, 이 말들은 곧 행위가 되며 수신자를 열등한 지위로 종속시킨다는 견해를 편다. 그들은 혐오 발언이나 포르노그래피가 ‘그냥 말only words’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혐오 발언을 폭력이자 차별 행위로 간주한다. 

버틀러는 어째서 이런 이론가들을 비판하는 것일까? 그녀는 혐오 발언의 이런 해악들을 부정하는 것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