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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한판 붙자, 맞춤법! - 현장 실무자를 위한 어문규범의 이해

by 글쓰남 201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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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자, 맞춤법! - 10점
변정수 지음/뿌리와이파리

“이 책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한국어 어문규정 전반을 꼼꼼한 반성 위에서 해설하며
한 자연언어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모두가 저자이자 편집자가 된 시대다.
한국어 사용자들이 모국어의 이 친절한 해부도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고종석

“숫가락과 젇가락은 외 않됀데요?”
―막연한 주눅과 압박에서 벗어나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 맞춤법!

저널리스트 고종석, 한국어학자 최경봉, 출판편집자 김철호가
입을 모아 극찬한 어문규범 해설서
문제 하나. 다음 문장에서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부분을 찾으시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예비편집자 200명 중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답은 사이시옷, ‘도낏자루’다. 어렵다. 한편, ‘마마잃은중천공(남아일언중천금)’이나 ‘골이따분한(고리타분한) 성격’,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이것이 내 한개(한계)다’는 SNS에서 조롱과 유머의 대상이 된다. 한심하기는.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다니.
글을 쓰거나 특히나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건 작건 어문규범의 막연한 압박을 받으며 까다로운 문법 용어가 난무하는 일방적인 규정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어 문법에 대한 이론적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그 까닭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규범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어를 좀더 객관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오로지 의사 전달의 효율성 또는 표현의 적절성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한 편협한 언어순혈주의와 완고한 규범주의를 향해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해왔던 저널리스트 고종석이 이 책을 “한 자연언어의 속살을 드러내는 해부도”라며 추천한 이유가 짐작된다. 또한 《한글 민주주의》에서 단일한 한국어가 아니라 다양한 한국어‘들’을 ‘표준어’라는 단일 규범으로 재단하기보다는 ‘공통어’라는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던 최경봉이 “규범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결국 ‘우리’”라며 거든 까닭도 어렵잖게 짚어진다.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시리즈를 통해 ‘맞는 말’과 ‘틀린 말’을 규범적 잣대로 가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위한 섬세한 분별에 집중해온 김철호가 “모든 ‘지성인’이 읽어야 할 인문서”라고까지 상찬한 것도 한국어와 한국어의 어문규범을 바라보는 저자의 일관된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편집자로, 편집자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30년을 살아온 저자가 예비편집자를 대상으로 100회 가까이 강의해온 내용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맞춤법과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법, 그 규범을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울 필요는 없다, ‘규범이 이러저러하게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한판 붙자, 맞춤법’이라는 제목은 쓸데없는 그 견고한 강박에 아주 작은 실금이라도 가기를 차분히 응원하고, 텍스트와 언어생활에서 그 규범과 언제 어떻게 맞붙어도 쉽사리 밀리지 않을 ‘자신감’을 북돋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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