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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피고가 된 사람들 - 왜 국가와 기업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가?

by 글쓰남 2016.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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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가 된 사람들 - 10점
토머스 게이건 지음, 채하준 옮김/안티고네


소송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소송 관련 기사를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노조가 정당한 권리로 파업을 하면 회사는 손해배상 소송부터 한다. 기업의 갑질이 억울해 법에 호소하면 갑들은 휘황찬란한 변호사들을 대동해 맞소송한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만 하다가 병을 얻거나 몸을 다쳐도 사람들은 자신의 회사와 길고긴 소송을 해야 한다. 병원들과 의사들은 자신들의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고소한다. 사립학교는 자선단체임을 자처하지만, 학생들을 파산으로 몰아넣는다. 대부업체는 엄청난 이자를 뜯어가면서도 종국에 가서는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을 뒤쫓아 소송을 제기한다.

왜 그런 사회가 되었을까? ‘법의 지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게 된 요인으로 노조의 붕괴, 투표율 하락, 감옥의 증가, 불법행위 소송의 남발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안팎으로 엮어주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불공정이었다. 국가의 소득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 소득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한 불공정은 단지 소득 불평등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시민으로서의 불평등이었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결핍, 사라진 계약의 권리, 자선단체의 몰염치, 공적 영역 규제 완화의 폐해 등을 언급하면서, 그로 인해 사람들이 법정에 더 자주 서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소송이 증가하고 소송비용 또한 계속 올라간다는 것이다.

노동 전문 변호사로서 노동자와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공익 소송에 힘써오고 있는 저자는 우파의 정책이 미국을 소송하는 문화로 이끌었다는 대담하고 새로운 주장을 한다. 역설적이게도 규제를 더 많이 완화할수록 사람들은 더 자주 법정에 가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법적인 권리들과 예측 가능성과 질서를 되찾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현상, 강자들의 소송 남용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그리고 대중의 진정한 동의를 얻은 시스템을 위한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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