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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젊고 아픈 여자들 - 건강 문제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일, 우정, 연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by 글쓰남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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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픈 여자들 - 10점
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마티

젊음과 건강은 동의어가 아니다
암, 당뇨,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이십 대의 발병률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젊고 아픈 사람이 자신의 건강 문제를 밝히면 이런 말을 듣는다. “젊은데 어쩌다…”, “그런 건 할머니들만 받는 수술인 줄 알았어요.” 젊고 아픈 사람들은 토로한다.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자기 나이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중년 여성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잘못된 시기에” 들이닥친 것 같다고, 몸이 “너무 일찍” 고장나버렸다고, “늙은 기분”이라고. 이러한 말들 속에서 그들이 건강 문제를, 젊음과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젊음과 건강을 동의어처럼 여긴다. 질병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 맞닥뜨리는 일이며, 젊은 사람은 밝고 아픈 데 없이 ‘건강’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최근 5년 사이 한국에서는 5대 암 진단을 받은 이십 대가 44.5퍼센트 증가했다. 삼십 대 환자도 같은 기간에 12.9퍼센트 증가했는데,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약 2.2배 많았다.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유방암의 경우, 이십 대 여성이 오십 대에 비해 발병 위험도가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가면역질환에 속하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역시 최근 이삼십 대에서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젊은 당뇨’에 주목하고 있다. 이삼십 대의 발병 증가율은 사오십 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럼에도 젊고 아픈 사람들의 건강 문제는 ‘자기 관리’의 영역이나, 일시적인 문제이므로 곧 회복할 것이라 여겨지면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 아닌 이십 대는 ‘성인’ 집단에 섞여 들여가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들이 성취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애주기에 따른 과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떠안은 채.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다.

“아프기엔 너무 젊은 나이 같은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다.”(180쪽)

나이, 성 정체성, 인종, 섹슈얼리티, 계급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젊고 아픈 여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다

저자 미셸 렌트 허슈는 이십 대에 고관절 수술, 비만세포 활성화 증후군, 라임병, 갑상샘암, 아나필락시스 증상, 노인성 속 쓰림이라는 건강 문제를 잇달아 겪는다.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애쓰던 순간들, 아픈 것은 미안한 일이 아님에도 ‘민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나날들을 지내오면서 그는 깨닫는다. 젊고 아픈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세상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을. ‘건강’, ‘아픔’, ‘질병’, ‘장애’ 같은 단어가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일을 하고,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순간마다 아픈 몸을 의식하면서도 늘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읽은 차별과 편견의 말들, 아무렇지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경험들을 기록하고,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젊고 아픈 여자들』은 나이, 성 정체성, 인종, 섹슈얼리티,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젊고 아픈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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