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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by 글쓰남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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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10점
김관욱 지음/창비

 

구로공단 ‘공순이’가 디지털단지 ‘콜순이’가 되기까지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콜센터의 내밀한 역사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

2020년 3월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 지역 첫 집단감염 사례에 언론들은 콜센터의 노동 환경에 주목했고, 근본적인 문제는 상담사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하청 구조에 있음이 드러났다. 오랜 시간 감정노동과 건강, 흡연과 중독에 대해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관욱은 콜센터의 내밀한 실상을 담은 『사람입니다, 고객님: 콜센터의 인류학』을 출간했다.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현장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추적해온 내용을 집대성한 책으로, 콜센터 상담사의 불합리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처우를 현장감 있게 들려주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제들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구로공단의 ‘공순이’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콜순이’가 된 현실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상담사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천까지, 콜센터의 어제와 오늘을 총체적으로 살핀다.
특히 저자는 그간 콜센터에 대한 논의가 악성 고객의 갑질 논란과 상담사의 감정노동에 국한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며, 콜센터 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시야를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풍부한 인터뷰와 사진자료, 섬세하고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콜센터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 노동과 인권의 문제임을 꼬집는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이 던지는 질문은 한국 사회 여성 하청노동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콜센터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자가 만난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

한국 산업근대화의 상징인 구로공단이 주력하는 산업 분야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으며, 자연스레 공단 내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구로공단에 ‘공순이’라 불린 여공들이 있었다면, 오늘날 같은 장소에서 이름을 바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이하 디지털단지)에는 스스로를 ‘콜순이’라 부르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있다. 1부 「콜센터의 탄생」은 디지털단지에서 콜센터를 찾아 나선 저자가 여성 노동 및 인권의 현주소를 50여년 전 구로공단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한다. 그럼으로써 오늘날 콜센터 여성 상담사의 삶이 ‘공순이’로 불리던 여공의 삶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밝혀낸다.
특히 오랫동안 흡연과 중독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콜센터가 상담사들 사이에서 ‘흡연 천국’으로 불린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악성 고객의 갑질과 관리자의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콜센터의 물리적‧전자적 감시 시스템에 통제당하는 상담사들은 흡연실을 도피처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콜센터 흡연실은 “한숨들의 무덤”이며 “여기서 흡연이냐 아니면 뛰어내리느냐”는 선택지만 있을 뿐이라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상담사가 있을 정도다. 이 책은 여성 상담사의 흡연율이 높은 원인이 열악한 노동 현장에 있음을 낱낱이 보여주며, 노동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어떻게 그들의 건강을 해치는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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