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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꿈 없던 알바생에서 배우로

by 글쓰남 201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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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이설, 꿈 없던 알바생에서 배우로
배우 이설은 데뷔 2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배우 이설은 데뷔 2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이설 "윤여정 같은 배우 되고파"

[더팩트|문수연 기자] 그를 만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20층 건물 밖으로 보이는 서울 전경에 "와 한강도 보여. 저건 월드컵경기장인가요? 굉장히 입지가 좋은 곳이네요"라며 감탄하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다이어리를 꺼내고 펜을 들었다. 그 모습에 놀란 반응을 보이자 "제가 잘 까먹어서"라며 멋쩍게 웃는 그를 보니 순수함도, 열정도 느껴졌다. 혜성처럼 연예계에 나타나 단번에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 이설의 이야기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에서 tvN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극본 노혜영, 연출 민진기, 이하 '악마가')에 김이경 역으로 출연한 이설(27)과 만났다. 100% 사전제작이던 드라마 촬영을 진작에 마친 그는 방송까지 마무리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 생활 6년 만에 처음으로 쉰다는 이설은 달콤한 휴식기에서 잠시 빠져나와 인터뷰를 하며 '악마가'의 추억을 되새겨봤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는 출연 제안을 받았던 때부터 떠올렸다. KBS2 단만극 '옥란면옥'에서 짧게 노래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민진기 PD가 이설에게 연락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한테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이설이지만 캐릭터를 보고 출연 욕심이 생기게 됐다.

MBC '나쁜형사'에서 외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설은 촬영장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김이경은 친구도 많고 밝은 성격의 캐릭터였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라는 설정은 그의 도전 정신에 불을 지폈다.

음악을 듣는 것만 좋아했던 이설에게 기타와 보컬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긴장감 때문에 청심환을 먹고 촬영한 적도 있다는 그는 "음악팀에게 기타 레슨을 받았다. 보컬은 손디아 씨한테도 배웠는데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함께 노래도 많이 불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둘 다 처음 배워봤는데 기타는 계속 배우고 싶다. 노래는…. 그 소울은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이설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캡처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이설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캡처

데뷔 2년 만에 주연을 맡은 이설은 이번 작품에서 정경호, 박성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만큼 폐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촬영이 시작하자 부담감은 사라졌다. 선배들의 배려와 애정 어린 시선 덕분이었다.

"박성웅 선배님은 저와 붙는 신이 많지 않았는데도 모니터링을 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선배님 촬영 후 2시간 뒤에 현장에 도착하는 일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네 얼굴을 보고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이설이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선배들은 긴장한 그를 위해 현장에 남아 응원했다. 이설은 "제가 너무 떨려서 농담으로 박성웅 선배님께 '가지 말고 제 촬영 보고 가세요'라고 했더니 정경호, 이엘 선배님과 함께 2~3시간을 기다려주셨다. 정말 많은 힘이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하며 이설은 정경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정경호를 '비타민'으로 표현하며 "추우나 더우나 밤을 새우나 늘 유쾌하다. 또 주변 사람을 정말 잘 챙긴다. 정말 닮고 싶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설은 데뷔 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이설은 데뷔 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데뷔 3년 만에 어엿한 주연 배우로 성장한 이설. 그가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배우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의 생활 연기 덕분이었다. 2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를 보면 타고난 재능만으로 올라온 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은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었다.

빨리 돈을 벌어 일찍 결혼하고 싶었던 고등학생 이설은 인문계에서 실업계로 전학하더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렀다. 이후 21살, 100만 원이 남짓한 돈을 들고 대구에서 무작정 상경해 2~3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고향인 청도에 있을 때는 복숭아 상자 옮기는 일을 했고 서울에서는 찜질방, 베이커리, 온라인 쇼핑몰, 고깃집, 카페, 게스트 하우스, 동대문 야시장 등 많은 경험을 했다.

우연한 계기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갖게 된 이설은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연기를 처음으로 배웠다. 이후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데뷔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MBC '나쁜형사'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가족을 넘어 동네의 자랑이 된 이설은 올해 설날을 회상하며 "저희 할머니가 서울에서 내려가고 정착해서 '서울댁'으로 불린다. 시골에 갔더니 '서울댁 손녀 상 타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더라.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마을회관 이장님께서 진두지휘를 해서 하신 거라고 하더라. 너무 감사했다"며 웃었다.

이설은 롤모델로 윤여정을 꼽았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이설은 롤모델로 윤여정을 꼽았다. /링크매니지먼트 제공

현모양처를 꿈꾸던 이설은 연기를 하게 되며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았다.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하고 싶은지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한 그는 "앞으로도 오래, 다양하게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롤모델에서도 드러났다. 윤여정을 롤모델로 꼽은 이설은 "선생님은 경력이 오래됐지만 어느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한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단 6년 만의 첫 휴식을 충분히 즐긴 뒤 차기작을 하고 싶다는 이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munsuye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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