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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오거와 고아들

by 글쓰남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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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와 고아들 - 10점
켈리 반힐 지음, 이민희 옮김/양철북

뉴베리 수상작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이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공간을 구부러뜨리는 우리 시대의 우화

냉소적으로 변해 가는 우리 마음에
훈기를 불어넣어 줄 신비로운 상상력, 기분 좋은 유머
이 이야기는 마을의 모든 역사와 비밀을 지켜봐 온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해설자에 따르면 어느 오거와, 어느 고아 가족과, 어느 용, 그리고 어느 마을에 관한 이야기다. 거대한 몸집에 화강암처럼 단단한 살갗, 겉모습으로 보자면 괴물 같은 거인이지만 별 헤아리기와 텃밭 가꾸기, 빵 굽기가 취미인 신중하고 사려 깊은 어느 오거,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고아 가족, 성질 고약하고 게으르고 탐욕스런 어느 용, 그리고 한때 유서 깊은 도서관과 나무로 유명했던 마을….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이야기의 그물을 펼치며 ‘협곡의 바위’ 마을로 독자를 데려간다.

여러 이야기를 이음매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럽게 엮어 내며 곳곳에 마법의 가루를 흩뿌려 놓았다. 시공간을 구부러뜨리는 책, 스스로 서가의 크기를 조절하는 고아들의 집 도서실, 꿈을 꾸고 말을 하는 나무들, 까마귀들의 오래된 언어, 신성한 용족의 전설, 수천 년을 살고 나서 죽으면 바위로 변하는 오거족, 신비한 지식을 가진 고양이들…. 신비로운 상상력이 현실적인 공감 위로 얽히고설키면서,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꼭꼭 닫아건 독자들 마음에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
전작에 비해 한결 유머러스하고 편안하게 읽힌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 줘도 좋을 만큼 자연스러운 입말들이 독자의 눈앞에 생생한 정경을 펼쳐 보이며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어느 순간 넓게 펼쳐 놓았던 그물들은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속도를 낸다. “400쪽이 넘는 분량인데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여기에 고아들의 집에 사는 열다섯 아이가 어우러지면서 한층 역동성을 띤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지만 너무 늙어서 기운이 달리는 원장 부부와, 열네 살 맏이 앤시아부터 아기들까지, 나이도 성격도 제각각인 호기심 많은 열다섯 아이들이 사는 집을 상상해 보라. 더구나 아이들 이름은 알파벳순으로 정렬되어 알기도 쉽고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그 밖에도 한 마을을 통째로 옮겨 온 듯 여러 인물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이야기를 단단하게 받쳐 주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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