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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Girl Waits with Gun

by 글쓰남 2017.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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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 10점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문학동네

최근 여성 영웅들을 다룬 서사가 주목받고 있다. 타자화되고 주변화되기 일쑤였던 여성 캐릭터들이 주체로, 중심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2015년 공개되자마자 미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역사 속 숨은 여성 영웅이 있다. 주인공은 20세기 초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들 중 한 명인 콘스턴스 콥, 여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리볼버를 든 여자다. 


콘스턴스 콥은 실제로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80킬로그램이 넘는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고, 남자를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셌으며, 부당한 일에 침묵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고전적 영웅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는 총 8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콥 자매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1914년 7월 콘스턴스, 노마, 플러렛 콥 자매가 탄 마차가 범법을 일삼는 지역 유지이자 비단염색 회사 소유주인 헨리 코프먼의 자동차와 충돌하면서 시작된 위협과 이후의 수사, 재판 과정까지를 그리고 있다. 요컨대 ‘콘스턴스 콥은 어떻게 뉴저지 주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가 되었는가’에 관한 전사인 셈이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라는 제목은 실제로 해당 사건을 다룬 1914년 11월 23일자 <필라델피아 선> 기사의 헤드라인에서 가져왔다. 



잊힌 역사의 한 장을 발굴해낸 사람은 뜻밖에도 이전까지 소설을 한 편도 발표한 적이 없는 유명 원예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인 에이미 스튜어트다. 국내에도 출간되어 사랑받은 『술 취한 식물학자』를 쓰면서 자료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콥 자매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당연히 누군가가 이미 책으로 썼겠거니 생각할 만큼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책은커녕 흔한 웹페이지조차 없었다. 스튜어트는 이후 2년에 걸쳐 수백 건의 신문 기사, 재판 기록과 유언장, 출생증명서와 사망증명서, 땅문서 등을 취합하고, 온라인 족보 서비스를 이용해 인구조사 기록과 시민 명부와 이민 기록 등을 뒤지고, 실존 인물들의 가족 및 후손을 찾아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사의 빈자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랑스럽고 인간적인 캐릭터들로 생생하게 채웠다. 특히 세 자매가 탁구를 치듯 주고받는 대화는 극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코믹 릴리프’ 장치다. 권력을 가진 비열한 남자들의 위협에 맞서는 콥 자매의 통쾌한 활약상은 독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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