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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by 글쓰남 201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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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 10점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돌베개

어느 청(소)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한 아이가 있었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마이스터고에 진학했고, 졸업 전에 문화산업으로 유명한 대기업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하게 된 일은 식품공장에서 소시지를 포장하는 일.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2014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전날 밤, 그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그 아이의 이름은 김동준, 동아마이스터고 3학년, 현장실습생.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현장실습생들에게는 비슷한 죽음이 이어져왔다.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이 학생 겸 노동자 신분으로 일을 배우게 하는 제도인 현장실습 제도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었다. 2017년 11월, 제주지역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적재 프레스에 몸이 끼어 숨졌고, 같은 해 1월엔 전주지역 고객서비스센터 해지방어팀 현장실습생 홍수연 양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건, 그리고 창원지역에서 공고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생을 거쳐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던 김군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청년 노동자 김군도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성남지역 외식업체에서 수프 끓이기 업무를 담당하다가 사내 괴롭힘으로 생을 마감한 김동균 군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기록하고 증언한 『전태일 평전』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사고와 죽음은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는다. “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수프를 끓이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생수를 포장·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17쪽)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이처럼 김동준 군과 수많은 김동준 군들,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애도되지 못한 청(소)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규명·애도하고 그들의 죽음을 사회적 죽음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나아가, 그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이 책의 말미에 실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은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만들어지는 데 작은 불씨가 되었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서야 겨우 비운의 현장실습생으로 박제되”고 “죽어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 군, ○○ 양으로 불려나오”는 아이들을 “현장실습생 김군 혹은 이군이 아니라 오롯한 존재, 저마다 고유한 관계 속에서 경험과 기억을 쌓아갔던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 사람으로 기억하”(11쪽)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아이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물음, 그리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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