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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독서 인생 12년차 윤 지의 공부, 법, 세상 이야기

by 글쓰남 2019.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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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10점
윤지 지음/나무의철학

“행복하고 즐거울 때, 힘들고 지칠 때, 외롭고 두려울 때…… 
나의 모든 하루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독서 인생 12년차, 책 덕후 하버드 로스쿨생 윤 지의
달콤 쌉싸름한 공부, 법, 세상 이야기

민족사관고등학교, 듀크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1995년생 윤 지의 일상 독서 에세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힘과 용기를 바탕으로 매 순간 더 열심히,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우선 이 책은, 이력만 봐서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할 것 같은 윤 지라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프로필만 보면 매사에 명석하고 냉철하며 논리적인 결정만 내릴 것 같지만, 사실 윤 지 작가는 유난히 여리고 감성적인 성격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고 눈물도 많이 흘린다. 중학생 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했고,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인사까지만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180도로 달라지는 것을 숱하게 느끼기도 했다. 결코 출세하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한 것이 아닌데, 드라마 〈SKY 캐슬〉의 영향으로 한동안은 원치 않는 질문을 지겹도록 듣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을 특별하게 또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를 어떤 책을 통해 어떻게 해소했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에 지칠 때는 재미있는 소설을, 외로운 유학 생활로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따뜻한 에세이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엄습할 때는 고전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제목에 대해 잠시 언급해야겠다. 혹시 제목을 보고 하버드 학습법, 하버드 로스쿨 입학하는 법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한 분이 있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을 내세워 내 자랑을 하고 싶지도, 공부벌레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방법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우선 나 자신이 공부벌레가 아니고, 학벌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편집장님의 간곡한 설득으로 이 제목에 동의했지만, 많은 분들이 ‘하버드’보다 ‘책’을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나의 진심이다. _16~17p 

이 책은 또한, 지금의 이십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자연스레 비춘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학벌과 출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와 언론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쉽게 현실을 탓하고 포기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죽을 듯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윤 지 작가를 보면, 오늘날의 이십대를 ‘달관 세대’니 ‘N포 세대’라고 쉽게 단정짓는 기성세대가 과연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자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윤 지 작가뿐 아니라 윤 지로 대표되는 대다수 1990년대생이 죽기살기로 공부하고 일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가 명문대생의 독서 자랑기가 아닌 민사고, 듀크대, 하버드라는 치열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어떻게든 읽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십대 젊은이의 이야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나에게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 먹어보지 못한 음식, 느껴보지 못한 감정,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으니 가격 대비 얼마나 편리하고 유익하고 신비로운 시간인지. 책에서 만난 여러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은 덕분에, 그 힘으로 치열했던 민사고 시절과 유학 생활을 이겨냈다. (…)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그동안 책을 몇 권 정도 읽었는지 세어보니 2018년에만 150여 권이 되었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하버드 로스쿨 2학기와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여름 방학 기간, 너무나 치열했던 미국 로펌 취업 준비까지 하느라, 2018년은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바쁜 해였다. 그 시간을 잘 버티며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언컨대 책이었다. _56~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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