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위험한 과학책 -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시공사 |
랜들 먼로는 과학을 유머러스하고도 명쾌하게 소개하는 매우 드문 과학자이자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아주 위험한 과학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여럿인데 그중 하나가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운 각주이다. ‘당연한 말에 왜 각주가 붙어 있지? 왜 각주에서 혼잣말을 하지?’ 싶으면 그게 바로 랜들 먼로의 개그 코드임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꽤 두꺼운 이 책을 오로지 재치로만 채운 것은 아니다. 한국 독자들보다 앞서 책을 접한 영미권 독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교육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책에 수록된 질문을 보낸 사람 중 부모와 교사가 자주 눈에 띄는데, 질문의 출발점은 대개 어린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왜 랜들 먼로의 책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해 읽는지 궁금하다면, 아이들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은 틈을 노려보라. 어린 시절 품었던 과학에 대한 흥미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랜들 먼로는 그 어떤 질문에도 신중하게 응한다. 최신 연구를 참조하고 필요하다면 분야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명확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동시에 재미있거나 무시무시한 삽화를 쉴 새 없이 넣어, 당신의 웃음 버튼을 누르거나 팔에 소름이 돋게 할 것이다. 특수하고 극한 상황에서 세계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NASA 출신의 괴짜 작가가 꾸준히 해온 이 작업을 어떤 이는 시간 낭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된다. 물을 곳 없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랜들 먼로의 블로그(https://xkcd.com/)에 방문해보자. 언젠가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 《엄청나게 위험한 과학책》(이런 책은 아직 출간된 바 없음)에 실릴 수도 있으니까. 결국 이 책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만약에’라는 질문을 멈추지 말 것!
설사 쓸모없는 답이라고 해도 알면 재미있지 않나요? 여러분이 들고 있는 책은 대략 큰돌고래 두 마리 전자만큼의 무게일 거예요. 이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겠지만, 그래도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 <들어가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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