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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소멸하는 밤

by 글쓰남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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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밤 - 10점
정현우 지음/현대문학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네 번째 시집, 정현우의 『소멸하는 밤』을 출간한다. 2015년 『조선일보』로 등단한 정현우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죽음으로 인한 빈자리를 묵묵히 쓸어내리며 위안을 주는 시 41편과 에세이를 담았다. 시인은 섬세한 언어로 소멸하는 존재를 향한 애도와 나지막한 고백을 전한다. “슬픔으로 누벼나가는 이 긴 이야기에는, 여전히 사랑이 돋아날 자리가 있을 것만”(임지훈) 같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Ⅷ』은 정현우를 비롯해 김승일, 정재율, 이영주, 서대경, 유희경 시인의 개성을 담은 시집을 선보인다. 여섯 시인의 다양한 감수성으로 무한하고 다채로운 한국 시 문학의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이번 시리즈는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업과 함께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간다.

정현우 시집 『소멸하는 밤』

마흔네 번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집 『소멸하는 밤』은 세련된 이미지와 서정적인 언어로 주목받은 정현우 시인의 2년 만의 신작이다. ‘시인의 악기 상점’이라는 가수로 활동하며 폭넓은 예술 세계를 펼쳐온 시인은 이번 표제작 「소멸하는 밤」을 모티프 삼아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신규 앨범 수록곡을 작사, 작곡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깊은 내면의 슬픔을 참신한 이미지로 그려낸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에 이어 이번 두 번째 시집에서는 상실로 인한 빈자리를 지친 몸과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누벼가며 특별한 사유와 힘을 보여준다.
시 속의 화자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외면하면서 파편처럼 부서진 삶을 살아간다. 화자는 떠난 사람을 애도하며 “방심과 외면에 대한 죄”를 깨닫고 “모든 슬픔이 완벽하게 애도될 수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게”(임지훈) 된다. “너는/첫눈으로 휘갈겨 쓴 편지”(「너는 모른다」 부분)처럼 잠시 머물다가 떠났지만, “어떤 슬픔은 머무르는 그대로 우리를 살게”(「소멸하는 밤」 부분) 한다. 마주한 빈자리에서 울리는 서정적인 독백은 존재론적인 성찰을 담은 방백으로 나아간다.
“소멸이라는 뜻은 ‘사라져 없어짐’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에너지가 합쳐져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내보내는 의미”(정현우)도 있다. 정현우 시인은 ‘소멸’ ‘죽음’ ‘사랑’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구현하며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한 언어로 시적 성취를 이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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