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by 글쓰남 2022. 7. 6.
반응형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 10점
이명희 지음/에트르

이게 내 아이라고? 이게 내 인생이라고?
중증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의 솔직하고도 담담한 기록

“아이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많은 걸 순식간에 다 잃어버렸는데도 여전히 한 생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 목숨의 질김이 너무 이상하고 무서웠다.”_본문 18쪽

아이가 3개월 일찍 1.03kg으로 태어났다. 조산의 부작용으로 아이는 수두증 진단을 받았다. “오른손을 거의 못 쓰고 오른다리를 까치발로 들고 걷”게 되었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똘똘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에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아이는 올해 열 살이 되었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는 이 아이의 엄마가 쓴 책이다. 저자 이명희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사람이 인생의 불안과 위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장애아의 엄마가 되고 보니 불가해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내 아이라고? 이게 내 인생이라고?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도, 마음의 통증을 달랠 수도 없었다. 이건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었고,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이었다. 저자는 아이가 뇌성마비 중증장애를 가지게 된 후의 체험과 감정, 그리고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방법을 솔직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감당하기 힘든 ‘내 아이’ 앞에서 현실부정과 회피의 시간을 견디고 버틴 이야기. 그게 얼마나 버거워했는지에 대한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가 된 절망과 고통
현실부정과 회피의 시간을 견디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바라보다

저자는 일단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가 된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힘들면 잠시 거기서 도망쳐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다. 아주 계획적으로 도망칠 방법을 궁리했다.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가, 아이와 함께 죽으려 했다가, 아이는 두고 자기만 도피하려 했다가, 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을 찾기도 했다. 그럴수록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마주하게 되었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꿈꿨던 자신은 정작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와 함께 집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조산으로 인해 이미 편마비 증세가 있는 아이가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에 시력을 잃었다는 데 대한 죄책감, 중증장애아를 키우며 평생 집에 갇혀 지낼지도 모른다는 고통과 두려움, 자신이 이 세상으로부터 쫓겨난 듯한 소외감, 무엇보다 자신을 강하게 붙들고 있는 자기애와 수치심.

“나는 내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고, 내가 살고 있어야 할 어떤 세계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수치심. 그것은 지독히 단단하여 깨지지도 않는 거울이었다.”_본문 32쪽

저자는 그런 자신을 힘겨운 감정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제는 죽을 방법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변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아이에 대해 말하기였다. 저자는 아이가 누워 있게 된 후 가족 외엔 모든 관계를 끊었다. 친한 친구와 선배에게 뒤늦게 아이에 대해 말하고, 서로 힘들어서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남편과도 아이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3인 가족의 추억이 깃든 곳곳을 순례하며 행복했던 과거와 작별 의식을 치른다.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후, 저자는 어딘가에서는 지속되고 있는 타인의 삶을 지켜보며 현실 감각을 익히고, 헝클어진 삶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해가는 규칙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잠깐 아이와 떨어질 수 있는 시간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악기와 수영을 배우고, 일상의 순간을 노트에 그리면서 아이와는 상관없는 세계 만들기에 몰두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장애아를 키우는 사람의 자기 치유 글쓰기
나를 위해, 나와 비슷한 시간을 겪어본 누군가를 위해

“어디 한 군데에는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해성사 같은 것. 어딘가에는 내 진짜 마음을 내뱉어야 한다고. 어딘가에는 날 것 그대로의 내 마음을 기록해야 한다고.”_본문 155쪽

이 이야기기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의지와 신념으로 그 역경을 헤치고 승리를 거두었다는 내용의 해피엔딩이 아니다. 비극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물리적 무게는 해가 갈수록 더해간다. 아이는 계속 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이명희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매일 용기를 낸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버틴다는 생각으로. 아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일지 집착일지 미련일지 매일 저울질하며, 힘들 땐 여지없이 현실도피의 대상이 될 무언가를 찾으면서.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는 장애아를 키우는 사람의 자기 치유 글쓰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저자처럼 장애아를 돌보거나 사실상 누군가의 주보호자로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글을 통해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 있지 않은 일반 독자들 또한 장애아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이 사회의 보호막을 보다 두텁게 다지는 일임을 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https://dailyfeed.kr/3790624/165702431199

 

돈스파이크, 발리 신행 中 극대노 "500만원 티켓 팔고 뭐하는 짓?"

(엑스포츠뉴스 백민경 인턴기자) 돈스파이크가 자신이 이용한 항공사와 여행사를 공개 저...

dailyfeed.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