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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by 글쓰남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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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방울 채집 - 10점
무운 지음/밝은세상

“보리, 마음이 방울방울해.”
“그게 무슨 말이야?”
“행복하다는 말!”

모든 일이 힘겨울 때가 있다. 전부 다 메말라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끝없이 솟구치는 감정에 무너진 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와 빈껍데기뿐인 인간관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일이 돌아오는 게 두려운 밤, 끊임없이 확인받고 남들과 비교되는 세상 속 나의 위치, 무언가 이루는 법보다는 버티는 법이 익숙해진 모습,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선택해야만 했던 외로움. 참고 있던 모든 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날에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게 아니었는데.’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하고, 꿈꾸면 무엇이든 이뤄질 것 같고, 별거 아닌 일에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모든 걸 내어주며 사랑한 환한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것 같은 때 말이다. 그때는 쉽고 당연했던 일들이 왜 어른이 된 지금은 어려워졌을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왜 잘못되었을까? 나는 언제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꼬리를 물며 계속되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다니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깨달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무심코 바라본 창문 너머 하늘이 이렇게 푸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 눈 뜨자마자 마시는 차 한잔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순간,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꽃 한 송이를 발견한 순간. 이 모든 게, 이때 마음에 피어나는 말캉함이 행복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곁을 맴도는 작은 행복을 보지 못한 채, 스스로 행복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만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행복하다’ 말하는 법까지 잊어버린 나날이 되었을지도.

도시를 떠나 꽃가람 마을로 온 이유는 창문 너머 멋진 하늘을 놓치고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그저 그뿐이다. (⑱ 문득)
_《마음 방울 채집》 본문 중에서

《마음 방울 채집》은 우리 곁을 맴돌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100가지 행복의 순간을 담백한 글과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그림으로 담아낸 책이다. 이삭과 보리라는 토끼 캐릭터, 이들의 반려 강아지인 망두,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개구락찌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꽃가람 마을에서 보내는 사계절의 기록이기도 하다. 봄에서 시작해 겨울에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도 되고, 먼저 보고 싶은 부분을 펼쳐 읽어도 괜찮다. 곁에 두고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몇 번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짧은 글과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각기 다른 100장의 그림으로 구성되었고, 매 계절이 끝날 때마다 이삭, 보리와 함께 혹은 스스로 발견한 일상 속 행복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행복 방울 기록장’을 실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이들의 작고 단단한 행복을 따라가다 보면 삭막한 도시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얼려둔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릴 것이다. 《마음 방울 채집》은 행복의 마음 방울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들과 언제나 함께할 반려 에세이다.

작은 기쁨을 모아나가면

우리는 꽤 자주 무언가를 이뤄야만 행복하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 큰돈을 벌거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직장에서 승진을 할 때 말이다. 물론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은 더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이런 행복에만 매몰되다 보면 원하는 걸 이루지 못했을 때 찾아온 좌절감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고, 자신은 늘 불행한 존재라고 여기게 될 수 있다.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저 평범한 보통의 나날들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무운 저자는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큰 행복만을 좇다 보니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 많은 작은 행복에 둘러싸인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모처럼 개운하게 잠을 자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 날, 자기 자신을 위한 소소한 선물을 마련한 날, 잘 마른 빨래에서 햇빛 냄새가 그득하게 느껴진 날. 행복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발견해야 한다. 행복은 작은 기쁨의 방울을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나가는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는 수많은 행복의 마음 방울을 찾아낼 수 있다. 꽃가람 마을의 이삭과 보리처럼 말이다.

가끔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마음이 필요하다. (⑨ 반려 식물)
우리는 행운이라는 커다란 행복만을 찾아 헤매지만 사실은 한 발짝 물러서서 주변을 살펴보면, 이렇게나 많은 작은 행복들에 둘러싸여 있다. (㉕ 우연히)
_《마음 방울 채집》 본문 중에서

행복은 완성되는 게 아니야
그저 조금씩, 짙어질 뿐이지

불행은 요란하게 오지만 행복은 조용히 다가온다. 우리가 일상에서 알아채지 못하는 행복이 많은 이유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은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마음 방울 채집》은 우리가 지나쳤던 행복의 순간들을 보게 해주고, 잊지 않도록 기록하게끔 돕는다. 하나씩 쌓이는 작은 기쁨의 방울들은 마음을 점점 충만하게 만든다. 행복은 어느 순간 짠하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씩, 짙어져 갈 뿐이다.
우리는 행복을 완성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찾아낸 작은 마음 방울들을 오롯하게 누리면 된다. 이 순간들이 쌓여 짙어진 행복은 어떤 불행에도 쉬이 흐려지지 않고 뚜렷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자신만의 빛깔로 물든 행복이 스스로를 점점 선명하게 만들어 나가며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편지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보리의 시선을 따라 나는 다른 세상을 만난다. 오늘, 보리의 가을은 유난히 포근한 색이었다고. ( 손 편지)
_《마음 방울 채집》 본문 중에서

먹구름이 지나가면
더 청명한 하늘이 기다린다

불행한 순간에도 행복은 존재한다. 그 순간을 버텨내 보니 행복이 함께했다는 걸 알게 되고, 불행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지치고 힘든 날,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더라도 크게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넘어져서 일어날 힘이 없어도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든든한 나의 사람들이 손 내밀고 있을 테니까. 마음에 비가 내린 날일지라도 내 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불행이 깃든 자리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한다. 둘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다.

쏟아지는 비처럼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날이 있다. 뭐든지 잘 안 풀리고 나만 불행한 것 같은 하루. 나만 홀로 비를 맞는 기분.
“왈왈!”
노란 보리와 망두다.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날이다. 거센 비바람을 막아주고 때론 나와 함께 기꺼이 비를 맞아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있다는 걸. ( 비 내리는 마음)

_《마음 방울 채집》 본문 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을까?

《마음 방울 채집》은 꽃가람 마을의 이삭, 보리가 채집한 마음 방울들을 담아낸 해사한 계절 기록이다. 작은 마을에서 지내는 이삭과 보리의 더없이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퍼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하루, 돌아온 봄에 핀 꽃을 보며 설레는 하루, 더운 여름 선풍기 바람 앞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던 하루.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 무관심했거나, 고된 현실에 지쳐 놓치고 있던 행복이다.
익숙해 그저 편안할 것 같았던 행복한 순간은 무운 저자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온기 가득한 글로 인해 설렘으로 바뀐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가 되어 버리고, 이삭과 보리가 오늘은 어떤 행복을 캐냈을지 곁에 두고 매일매일 책장을 펼치게 된다. 이렇게 이들과 함께 매일의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좀 더 선명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다.
‘행복하다’ 말하는 법을 잊고 지냈던 우리는 이삭, 보리와 함께 사계절을 돌아 틀림없이 알게 될 것이다. 매일 무심코 지나쳤던 작고 소중한 방울을 차곡차곡 모으면 마음이 몽글해진다는 걸. 조금씩 마음에 차오른 방울이 툭 하고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 있다는 걸. 마침내 ‘행복’이 우리에게 소리 내 닿은 눈부신 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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