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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당신의 신 / 김숨

by 글쓰남 201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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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 - 10점
김숨 지음/문학동네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우리’라는 폭력적 명명이 아닌 ‘나’와 ‘너’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그녀는 쓴다.


『당신의 신』에는 「이혼」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 세 편이 묶였다. 첫머리에 놓인 「이혼」은 김유정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에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 이혼을 앞둔 ‘그녀(민정)’와 남편 ‘철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결혼생활의 양태가 펼쳐진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다양한 양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목소리가. 


평생 남편의 무시와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이 셋을 낳고 오십삼 년을 함께 산 민정의 어머니. “스스로가 이혼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지경까지 어머니가 가버렸다는 걸. 자신의 기분과 감정이 어떤지조차 모르는 지경까지 어머니가 가버렸다는 걸” 알게 된 민정은 절망하지만, 결국 지긋지긋한 부모로부터 도망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지속적인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과의 이혼이 이천 명이 넘는 신도들과의 이혼이기도 해서. 모태에서부터 믿은 신과의 이혼이기도 해서” 남편과 헤어지지 못한 목사 사모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탈하나 뒤틀린 채 곪아가는 부부도 있다. ‘최’와 ‘최의 아내’이다. 아내가 “맏며느리로서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고, 시아버지 병시중까지 마다하지 않”는 동안 남편은 여자 문제로 아내를 고통스럽게 했다는 것을 민정은 안다. 그러나 ‘최의 아내’는 “우리가 이해해줘야지 어쩌겠어요. (…) 우리 아내들 말이에요. (…)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너그러워져요”라며 애써 태연한 척 민정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라 묶어 말해버리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최의 아내’의 속내를 짐작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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