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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당신에게 고양이

by 글쓰남 201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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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 - 10점
이용한 지음/꿈의지도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모두 다섯 마리! 창밖 구경하다가 조는 게 취미인 안방마님 랭보, 집안의 대장냥이였고 먹는 게 취미였으나 이제는 고양이별로 떠난 랭이, 랭이가 떠난 뒤 대장냥이로 등극했으며 ‘무조건 드리블’이 특기인 루, 귀여움 뿜뿜에다 겁 많고 죽은 척하기가 취미인 체, 선반의 물건만 보면 떨어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낙하실험왕 니코, 생강나무 아래서 구조된 뒤, 기운을 회복하자마자 사고뭉치로 등판한 생강이까지. 고양이들과의 하루하루는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집사에게 감사의 선물로 랭보는 자꾸만 벌레를 잡아오고, 먹는 거 빼고는 잘하는 게 없는 랭이는 느닷없이 가출을 해서 집사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어떤 날은 일심 단결하여 집안의 벽지를 모두 뜯어놓는 벽지아트를 선보이기도 하고, 쌀 포대와 빈 상자만 보면 다섯 냥이들 모두 좋아서 우다다 난리가 난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허약한 몸으로 길 위에서 살던 삼색이 랭보는 어느새 얌전하고 우아한 집고양이가 되었으나, 길에 두고 온 엄마 생각이 애틋했다. 집사가 사료 배달을 나갈 때마다 집사의 손에 온몸을 부벼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엄마, 괜찮아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랭보의 걱정을 아는지 엄마 노랑새댁도 답장을 보냈다. 집사의 사료보다 랭보의 안부편지를 더 반기며 집사의 손에 자신의 냄새를 묻혔다. “난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그러면 집사는 노랑새댁을 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랭보는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잘 키울게요.”

그 약속을 한 지 10년째. 집사는 아직도 그때 노랑새댁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살겠다고, 가슴팍에 발톱을 박고 절실히 집사에게 매달리던 랭보는 어느덧 나이 많은 고양이가 되었다. 어릴 때 길에서 생활할 때부터 이빨이 약했던 랭보는 나이가 들어서도 치주염으로 고생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 고양이의 평생을 지켜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 15년 안팎의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한결같은 마음과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에는 끝이 있겠지만, 랭보야! 사는 동안만큼은 건강하게 살아다오.

-327p, <나이 든다는 것> 중에서 


인간이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만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양이와 인간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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