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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달팽이도 달린다

by 글쓰남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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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도 달린다 - 10점
황지영 지음, 최민지 그림/사계절

귀를 조금 더 기울이면, 마음을 활짝 열고 살펴보면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느린 걸음의 대명사인 달팽이가 첫 타자로 나온 이 동화집은 달팽이걸음을 빌려 아이들의 마음 언저리를 팽글팽글 맴도는 이야기들을 들으러 살며시 다가간다. 한 번도 돌본 적 없는 달팽이를 반려동물이라고 당당하게 발표한 진형이는 같은 반 친구 다민이에게서 달팽이의 이름이 뭐냐는 예기치 못한 질문을 듣는다. 진형이는 얼떨결에 성은 ‘달’이요, 이름은 ‘팽이’라고 답하고는 집에 돌아가 그동안 방치했던 달팽이를 들여다본다.

다민이 말처럼 정말 팽이 발에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진형이는 멍하니 팽이 발을 바라봤다. (…) 사악 사악. 진형이는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참 동안. (29쪽)

여전히 진형이에게 달팽이는 징그러운 촉감을 지닌 존재일지라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달팽이를 반려동물로서 소중히 여긴 다민이 덕분에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저 느릿느릿 걸어가는 줄만 알았던 달팽이에게도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고유한 걸음걸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동화집에는 달팽이 외에도 아이들이 체험 학습이나 여행지에서 자주 마주하는 생명들이 등장한다. 형제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얻은 복어를 한참 데리고 놀다 풀어 주려는데 마침 한 아이가 그 복어를 자기한테 달란다. 어째서 너희만 실컷 갖고 노느냐는 심장에 콕 박히는 이야기도 덤으로 듣게 된다. 과연 복어는 누군가 ‘가질’ 수 있는 존재인 걸까?(「복어의 집」) 이처럼 『달팽이도 달린다』는 곁에 있어도 섬세하게 돌본 적 없고, 그저 하나의 놀이처럼 대하며 중요케 생각지는 않았던 생명들을 전면에 내세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가 한 번쯤은 가벼이 여겼던 생명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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