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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 - 허수경 지음/난다 |
시인을 대신하여 이 책을 완성하며
1.
민정아
아주 오랜만에 듣는 네 음성.
내가 어디에 있든 당장 알아볼 수 있는 그 목소리.
나는 태연하려고 했으나 전화를 끊고 태연하지 못했다.
오늘 의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는다지만 그것도 몇 달,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더라.
이런 생각.
우리는 짧게 만났으나
문학으로 본다면 아주 긴 인연이었고
그 인연은 계속될 거야.
요즘 쓰고 있는 작은 시집이 있는데
그 책은 네가 내주어야겠다.
네가 여기 오는 일.
나는 네 얼굴과 목소리, 마음,
다 가지고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이곳에서 이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원고를 넘기기 전에
네게만 몇 번 메일을 보낼 테니
네가 참기 힘들더라도 넌 내 동생이니
참아주렴.
너를 보면 겨우 참았던 미련들이
다시 무장무장 일어날 것 같아.
시인이니
시로 이 세계를 가름하는 걸
내 업으로 여기며 살아왔으니
마지막에도 그러려고 한다.
나를 이해하렴.
네가 있어서 든든하고도 마음은 시리다.
네 일도 많을 터이고
네가 돌보는 이들도 오죽 많으랴 싶어서……
시를 많이 쓰는 나날이 네게 오기를 바란다.
날카로운 혀를 늘 심장에 지니고 다니렴.
사랑하는 민정에게
수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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