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흐름출판 |
J. D. 밴스는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계 입문을 권유받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작가’라는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처녀작인 『힐빌리의 노래』라는 단 한 권의 책이 가져온 결과다. 현재 이 책에 대한 아마존닷컴의 서평 수는 무려 8400여 개에 육박하고, 독자 평점은 5점 만점에 가깝다. 또 출간 이후 현재까지 5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랭킹 1~3위를 오가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이 책을 ‘2016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 고문 빌 게이츠와 데이비드 브룩스(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아로노비치(타임스), 이안 비렐(인디펜던트) 등의 유명 칼럼니스트, 페이팔(Paypal) 창업자 피터 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 예일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 등 미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앞 다퉈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는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 출신인 저자가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일찍이 양육권을 포기해버린 아빠,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회고가 담겨 있다. 밴스가 이 책에서 드러낸 것은 ‘성공의 여정’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기억 저편의 과거를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에 담아내고, 무관심 속에 숨겨졌던 사회문제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드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얻었다.
명문 로스쿨 출신에 백인, 남성, 이성애자, 개신교도라는 소위 ‘사회적 특권’과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라는 번듯한 지위까지 갖춘 밴스가 고백한 어린 시절의 정신적 빈곤은 그래서 더욱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자란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동부 도시들과 달리, 애팔래치아 산맥에 가로막힌 척박하고 고립된 환경과 가난에 갇혀 미래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이 가정 폭력과 가족의 해체, 문화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선거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무식하고 난폭한 ‘힐빌리’들은 사회문제이자 복지 제도의 대상이었을 뿐, 그들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밴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을 위해, 그가 겪었고 남겨진 이들이 앞으로도 겪을 사회문제를 세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에 수많은 독자가 공감과 지지를 표현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남겼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주목할 만한 책이 아니라 굉장히 훌륭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밴스의 용기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밴스는 외할머니인 할모에게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배신하는 짓이 가장 나쁘다’라고 일찌감치 배웠다. 그러나 밴스는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초한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그들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배신자로 불릴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 또한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평에서 이 책에 대해 “고난 가운데서도 자존감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사회 제도와 문화적 가치의 상실이라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냈다고 평하며, “역사의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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