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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 정권은 재벌을 만들고 재벌은 권력을 지배한다

by 글쓰남 201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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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 10점
안치용 지음/내일을여는책

권력을 쥔 자본, 자본권력 

일찍이 노무현 대통령이 고백했듯이, 대한민국의 실제적인 권력은 이미 재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런 점에서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권력의 하수인 혹은 동반자에서 스스로 권력을 손에 쥔 재벌을 ‘자본권력’이라 규정한다. 마치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갉아먹듯이, 권력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재벌 그룹이 어느덧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재벌은 언제나 든든한 정권의 동반자 혹은 하수인이었다. 정권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자금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고, 그 대가로 바벨탑과 같은 자본의 성채를 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본은 권력의 통제를 벗어났고, 오히려 정권을 창출하고 조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자본권력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깊고 질긴 재벌의 뿌리 

CHAEBOL. 속칭 ‘재벌’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기업집단은 이미 옥스퍼드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사전에 ‘고유명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봉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마저 가뿐히 뛰어넘는 재벌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로부터 본다. 오늘날의 ‘삼성그룹’과 비견될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노구치콘체른’의 정경유착과 차입경영, 무차별적 사업 다각화가 바로 대한민국 재벌의 원형이었던 셈이다. 

일제강정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친일’에서 ‘친미’로 옷을 갈아입은 식민지 부역자들은 이른바 적산불하 과정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오히려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어서 5.16 세력과 손을 잡고 ‘반공’의 기치 아래 군사정권의 든든한 뒷배가 됨으로써 드디어 ‘재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권력이 바뀌어 갔지만 재벌은 차근차근 자신들만의 성채를 구축했고 이제는 오히려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한 권력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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