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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몬터규의 『터칭』은 촉각에 대한 기념비적 저서로, 세계와의 경계이자 감각의 발원지인 피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촉각 경험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1971년 출간된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은 출간 직후 불모지나 다름없던 관련 연구 분야를 혁신적으로 조명했고, 저자가 세상을 떠난 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책에 소개된 실험 결과 중 많은 내용이 전문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문 분야 바깥에서 이 책은 현재까지도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으며 수십 년째 ‘놀라운 앎을 선사하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건강한 인간이란 어떤 인간인가? 사랑할 줄 알고, 일할 줄 알고, 놀 줄 알며, 비판적이면서도 편견 없이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이다.” 질문과 답이 보여주듯 피부와 접촉에 관한 이 책의 관심사는 피부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책에 인용된 수많은 연구 결과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피부’는 그 자체로 이 모두를 논하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이 책은 피부에 대한 우리의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피부의 기능과 의미에서부터 피부가 상징해온 인간의 자아와 경계-소통의 문제를 전 생애/전 문화에 걸쳐 훑어나가며 저자는 “피부의 색, 결, 습도, 건조도를 비롯한 모든 측면은 우리의 존재 상태를 반영한다. 생리적 상태는 물론 정신적 상태까지도. 피부는 정념과 감정의 거울인 셈”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훌륭하게 논증해낸다.
촉각에 대한 개념이나 접촉 행위의 양상은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되도록 피하는 생활 방식이 특징인 문화가 있는 반면, 껴안기와 어루만지기, 입맞춤하기가 예사로 이루어질 정도로 접촉이 삶에 깊숙이 스며든 문화도 있다. 이들에게는 반대편 문화가 신기하게, 때로는 황당하게 비칠 수도 있다.
이 책은 소위 ‘문명권’에서 촉각 경험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차갑고 무감각한 세계를 형성한 데 비해서, 소위 ‘비문명권’에 해당하는 곳에서 아직 촉각을 통한 의사소통과 이를 놓치지 않는 육아 방식이 남아 있음에 주목한다. 차갑고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영국인과 독일인의 대립항에 상호 이타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이룬 네트실리크 에스키모, 카잉강 족 등이 놓인다. 문화적으로 주어지는 촉각 경험의 양이 어떤 인간 유형을 만들어내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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