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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카오스 멍키 - Chaos Monkeys

by 글쓰남 2017.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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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 10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비즈페이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드롭박스 등 모든 기업의 생명줄을 쥔 데이터센터에 원숭이가 난입해 법석을 떠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수고 완전히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엔지니어는 이와 같은 ‘카오스 멍키chaos monkey’를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켜 온라인 서버의 견고성을 테스트한다. 견고성이란 각종 문제를 견뎌내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상징적 차원에서 IT업계의 창업자는 사회의 카오스 멍키다. 예컨대 우버는 기존의 택시,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호텔, 넷플릭스는 기존의 텔레비전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카오스 멍키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삶의 면면을 시험하고 바꿔놓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담대한 ‘혼돈의 원숭이’ 중 하나가 바로 화제의 문제작《카오스 멍키》의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Antonio Garcia Martinez다.


물리학 박사 출신의 골드먼삭스 퀀트전략가, 웹프로그래머, 스타트업 CEO, 페이스북 제품관리자에 이어 트위터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금융과 IT를 꿰뚫는 통찰(“뉴욕 월가나 워싱턴 정치판이나 실리콘밸리나 다를 게 없다”), 실리콘밸리의 밑바닥 창업에서 일류 기업에 이르기까지의 생생한 경험담, 인문학적 식견과 위트 넘치는 독설을 현란하게 저글링하며 독자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전복적인 실리콘밸리의 세계로 이끈다. 많은 지인들이 저자에게 이 책을 쓰는 건 커리어 면에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만류했을 만큼 솔직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첨단 기술의 성지인 실리콘밸리는 환상과 실체가 얼마나 다른지,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어떤 난관들을 극복해야 하는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쿨’해 보이는 대기업들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주로 2010~2014년 몸집을 키워가던 실리콘밸리에서 몸소 구르고 부딪쳐 얻어낸 소중한 경험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무렵은 실리콘밸리에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고, 대기업들이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대규모로 인수합병하고, 기업공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거대한 부가 유입되고 투자되어 순환하던 시기다. “이 책을 쓰도록 해준 내 모든 적들에게”라는 헌사에서 드러나듯 격변의 무대에서 패권을 다투던 크고 작은 기업들의 노력은 이 책에서 종종 전쟁과 전투에 비유되곤 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일합을 겨루거나 때로는 은밀히 이중플레이를 벌이며,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고 뒤에서 배신하며 가끔 이유 없는 선의를 베푼다. 


실리콘밸리는 ‘우리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작동하는 곳이라 저자는 말한다. 내가 살기 위해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을 먼저 게걸스레 먹어 삼켜야 하고, 이 비정함은 신사업이나 전략적 인수합병 등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때로는 반쯤 장님인 이가 저지른 ‘도박’이 준비된 ‘혁신’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며, 아무리 파렴치한 일을 겪어도 앙심이나 원한을 품을 수 없을 만큼 너도나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곳이다. 한껏 미화된 환상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현실 그대로의 실리콘밸리를 내부자의 시선에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도전과 실패의 역사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는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지 기존과는 다른 시선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안겨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심장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는 진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한 이들, IT가 세상을 바꾸는 모습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 특히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 책은 매혹적이고도 치밀한 길잡이이자 경영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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