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특별 한정판) -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푸른숲 |
주인공 사치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오니기리의 정갈한 맛을 핀란드인에게 소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김으로 만 주먹밥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사치에만큼이나 핀란드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 둘 사이의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식당은 한 달여간 텅 빈 상태가 계속된다. 그런데 핀란드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시나몬 롤 냄새가 배어들고, 외도로 집을 나간 남편의 빈자리를 견뎌야 하는 핀란드인 리사를 품어주는 공간이 되자, 카모메 식당은 비로소 사치에가 꿈꾸던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자신을 위해 기운 나는 음식을 먹는 편안한 공간’으로 변화된다.
이 책은 음식의 의미, 식당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들은 품위 있게 요리를 즐겨야 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으로 상처와 피로를 덜어주는 다정한 공간’에서 비로소 평안을 찾는다. 이 책을 덮을 즈음엔 누구나 불쑥 들어가 소박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식당을,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치에와 미도리 같은 편안한 친구를 꿈꾸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을 매개로 서로를 돌보고 치유해나가는 여성 간
의 따뜻한 정이다. 그리고 경쟁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누리기 힘든, 자신만의 여유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세상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고고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주인공과,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고 더불어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행복에 이르는 그녀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심플하면서도 정갈한 음식의 향연! 이것이 소소한 삶의 기쁨을 되찾게 해줄 것만 같은 이 ‘카모메 식당’ 이야기에 많은 여성 관객들이 열광하고, 디브이디까지 구입하여 소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함께 어깨를 맞대고 느릿느릿 서로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오늘날, 일과 관계와 돌봄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성한 삶이라는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 이 작품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기억하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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