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펴고 세계 여행 - 이응곤.김성은 지음, 한태희 그림/책읽는곰 |
1. 우리 시각이 담긴 세계 지도
우리 아이들이 우리 땅을 넘어서 너른 시야를 지닌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부모들이 세계 지도 포스터나 지구본과 함께 ‘세계 지도 그림책’을 아이에게 권하곤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이들에게 다문화의 가치를 일깨우고 자국 중심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세계 지도책을 널리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에서 만들어진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세계 지도책이 꾸준히 수입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에는 한 사회와 그에 속한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한정된 지면에 이 세계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야 하는 만큼, 어떤 지역을 자세히 보여 주고 어떤 지역은 생략할지 결정하는 일부터가 정치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번역 출간된 세계 지도 그림책들은 대부분 영미 유럽에서 개발된 책이라, 그들의 시각으로 걸러진 세계를 표현했다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지리 교사로 일하며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한 이응곤 작가, 그리고 지리 및 사회과 주제에 관련된 참신한 어린이책을 다수 기획.집필해 온 김성은 작가가 함께 원고 작업을 맡았습니다. 우리 작가들이 우리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인 만큼, 우리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2. 색연필로 정성스럽게 그린 ‘가장 따뜻한 입체 지도’
4년 전에 출간된 《우리 땅 기차 여행》에 이어, 이번 《지도 펴고 세계 여행》 또한 ‘입체 지도’라는 컨셉으로 만든 세계 지도 그림책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세계 곳곳의 지형을 실감나게 표현하여, 험준한 산맥과 황량한 사막, 드넓은 평야 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호를 해석해야 하는 일반 평면 지도와 달리, 땅의 모습이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입체 지도의 장점은 이 책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전작 《우리 땅 기차 여행》을 살펴보며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딱딱한 정보의 의미를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번 《지도 펴고 세계 여행》을 보면서는 세계 곳곳의 자연 환경이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실 지도 그림책을 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아 집어넣고 빼기를 반복하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가장 최적의 상태로 정보를 정리하는 일이 녹록치 않습니다. 수많은 지도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세밀하게 그림을 그려도, 축약시켜 표현한 지형이 상대적 크기나 위치에 맞지 않아 수정하는 작업을 무수히 거쳐야 합니다. 손그림 지도의 특성에 맞게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크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지도 그림책을 흔히 만날 수 없는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한태희 작가는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고, 직접 기획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습니다. 중견 작가로서 조금은 편한 길을 갈 수도 있는 시기에, 이렇게 시간과 공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두 권의 지도책을 마무리한 한태희 작가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아픈 어깨를 치료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색연필 손그림으로 한 장면 한 장면 완성해 간 작가의 정성이 이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입니다.
'국내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 Never Let Me Go (0) | 2017.10.07 |
---|---|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0) | 2017.10.07 |
한비자, 관계의 기술 - 시공을 초월한 인간관계의 모든 것 권모술수의 허와 실을 꿰뚫다! (0) | 2017.10.06 |
좌뇌.우뇌 개발 12주 세트 - 전4권 (0) | 2017.10.06 |
토베 얀손, 일과 사랑 Tove Jansson - Tee Tyota Ja Rakasta (0) | 2017.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