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 - 토머스 포비 지음, 권혜승 옮김/반니 |
▼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면접관 교수가 보여주는 세계 명문대학의 수학, 과학 입학시험 문제
대학 입학시험의 목표는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최고의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의 대학 교수들이 지원자의 독창적 사고력을 시험하는 문제들을 만들어 내는데, 지원자가 배운 것을 새롭고 도전적인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종종 독특한 문제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옥스퍼드대학의 교수로서 수많은 입학시험의 문제를 출제하고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수학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제들 중 예비 대학생 수준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호기심과 재미를 북돋우려고 만들어진 문제와 대학 입학시험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문제 들이 고루 섞여 있다. 보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기초를 튼튼히 닦은 학생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거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를 내 방에서 풀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는 데는 순서가 없다. 틈나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 봐도 좋고, 기간을 정해 두고 집중적으로 탐구해도 좋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를 찾는 데 실패해 문제 풀이의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도록 문제의 상대적 난이도를 표시한 별의 개수는 참고하는 게 좋다.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의 별 하나(★)부터 예외적으로 어려운 문제의 별 네 개(★★★★)에 이르는 등급 표시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엉뚱하게 보이지만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문제들
세계적 명문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라고 해서 어깨에 힘을 준 채 잔뜩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해적이 남긴 지도로 보물찾기, 에메랄드 도둑을 찾는 명탐정 홈스의 추리, 달을 광고판으로 쓴다는 사업가의 계획, 호흡과 몸무게의 관계에 대한 의문 등 이 책에는 엉뚱하고 장난기 넘치는 문제들이 많다. 그리고 각 문제의 배경에는 각기 조합과 확률, 운동량 중심 좌표계, 중력장, 질량 유속 같은 개념이 담겨 있다. 진지한 고민 대신 헛웃음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라도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과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다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각 장의 첫머리에는 그 장에 실린 문제들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기초 지식이 정리되어 있다. 또한 수학과 물리학의 다양한 문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는 지성의 역사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특히 영구운동기계에 관한 비판적 논의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맹목과 집착의 위험을 보여 주며 학문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실생활에서 찾은 기발한 문제들
비행기를 위험에 빠트리는 새, 물로 움직이는 케이블카, 수직 벽에서 벌어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경주, 접이의자에 앉아 헬륨 풍선의 부력에 의지하는 비행…….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 책을 보면 이렇게 허구 같은 일이 모두 사실이다. 새가 비행기에 위협이 되는지부터 살펴보면, 정말로 그렇다. 영국 샌드 허톤에 근거지를 둔 중앙과학연구소 조류충돌방지팀에 따르면, 상업 비행기의 조류 충돌 위험에 따른 연간 수리 비용만 약 12억 달러고 조류 충돌 때문에 일어나는 사망 사고가 한 해 평균 10건이다. 영국 데번의 북부 해안에 120년이 넘도록 물로만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있고, 수직 벽을 따라 도는 스턴트가 펼쳐지는 원통형 트랙은 191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등장한 뒤 영국과 인도 등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졌고, 헬륨 풍선을 타고 45분 동안 비행한 미국인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믿기 힘든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문제를 통해 알아보며 학문과 실제 생활이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국은 어떤 문제에서 등장하는지도 찾아보자!
▼ 우리의 수학 교육에 대한 성찰
이 책이 수학과 과학 성적이 우수하거나 우수했던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어린 시절 일화를 보면, 지금 옥스퍼드대학의 교수인 그가 대입 시험을 치르는 학생일 때만 해도 뜻밖으로 복소수 기호()가 뭔지도 몰랐으며 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고 면접시험의 질문에도 오답을 많이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 저자가 분명히 다른 점이 있긴 하다. 어릴 때부터 그는 나무 오르기, 폭죽 만들기, 목공, 연날리기 등 자신이 흥미 있게 여기는 활동을 실컷 해 볼 수 있었다. 방과 후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익숙한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 교육은 달걀을 품어 부화하려고 했다는 에디슨의 창의력을 칭송하면서도, 그런 창의력을 스스로 키울 기회는 주지 않는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키운 창의력을 옥스퍼드 면접관들이 알아본 덕분일까? 동급생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어 창피해하던 저자는 면접시험을 통과했고 지금은 면접관 자리에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등학교 시험과 대학 입학시험을 잘 보는 것보다는 수준 높은 공부를 위해 자기주도 공부법을 고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건 비단 담당편집자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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