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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페미니즘적 책 읽기

by 글쓰남 2017.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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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여자 독서 클럽’


《씨네21》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를 연재 중인 북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이다혜 기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과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며 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책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읽기를 즐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이다혜 기자는,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페미니즘적 책 읽기를 권한다.

고전이라 불리며 세대를 초월하여 널리 읽히고 있는 소설 속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어릴 적 그다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소설 속 여성의 모습은, 어른이 되고 보니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여성 문제들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여성의 운명은 남성에 의해 좌우되고, 여성은 그러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남성의 사랑만을 갈구한다. 물론 문학 작품에는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될 수밖에 없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작품 전체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읽어낼 때, 앞으로의 문학 작품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진부한 여성 캐릭터는 사라지지 않을까? 나아가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미스터리와 스릴러에서는

왜 항상 형사가 아니라 그의 아내가 죽을까?


“왜 범인은 탐정(형사)이 아닌 그의 애인을 죽였을까? 그런 상황 전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가장 큰 의혹은…… 혹시 남성 탐정(형사)의 각성을 위해, 혹은 더 큰 사건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그녀들이 희생되고 있지는 않은가? 탐정(형사)을 해치는 것보다 그의 연인 혹은 배우자를 해치는 것이야말로 ‘결정적 한 방’으로 효과적이라면 여성이 탐정 역인 경우에도, 그들의 배우자나 연인에게 같은 끔찍한 살해 행위가 가해지는가? 특히, 강간이라는 범죄는 탐정(형사)과 그의 배우자 중 어느 쪽에 가해질까?”


에드거 앨런 포와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등이 쓴 클래식 미스터리는 누군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살인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게 살인범을 찾는 추리의 첫 단계였다. 20세기 초중반 살인의 이유란 돈, 명예 또는 사랑이었고 그 시대 돈과 명예는 대부분 남성이 가지고 있었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주로 남성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릴러에는 살인의 동기가 없다. 묻지 마 살인의 시대.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연쇄살인을 어떻게 멈추게 할지가 중요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애꿎은 여성은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CSI〉, 〈크리미널 마인드〉, 〈멘탈리스트〉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범죄수사물에서도 탐정이나 형사인 남성이 아니라 그의 아내 또는 여자 친구인 여성이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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