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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마흔이 되어버렸는걸 / 40歳になったことだし

by 글쓰남 2017.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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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어버렸는걸 - 10점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김지혜 옮김/재미주의

어느새 마흔 살, 독신, 프리랜서, 애인 없음, 

그래도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상을 엿보다

인생의 큰 굴곡 없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림을 그리고 마감을 하는 여느 하루와 똑같은 날들을 보내다 문득 나이 마흔을 실감하게 된 저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몸은 하루하루 다르고, 독신 여성을 보는 주변의 시선 또한 날로 엄격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에 불안해하며 넋두리만 하고 있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게 지냈던 고향 시즈오카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갑작스럽게 도쿄로의 이사를 결심하는데…. 일정한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라는 직업, 낮에 갔던 길을 밤에 오면 헤매는 길치에, 가지고 있는 짐의 반을 버려야 하는 좁은 방이지만, 스무 살 때부터 꿈꿨던 도쿄에서의 삶을 마흔이라는 나이에 결정해버렸다. 남들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시작한 도시에서의 생활, 마냥 즐거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새로운 발견이 가득한 도쿄 생활을 시작한다.


겨우 이만큼, 아니 이만큼이나 걸었다

천천히 길을 찾아가는 마흔의 삶

20대에는 그 나이의 싱그러움을 알지 못했고 30대에는 당연한 것들을 이루지 못함에 조급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러다 맞이한 마흔! 조금은 여유가 생겼으리라 기대하지만 여전히 사소한 일에 고민하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의 삶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좀 더 덤덤하게 마흔이라는 나이를 받아들인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을 알게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길을 잃으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불안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는 이런 기쁨이 있다. 겨우 이만큼 왔다고 불안해하기보다 이만큼이나 걸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한 걸음씩 다시 길을 찾아가자.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발견하는 틈새의 행복이 있다

《마흔이 되어버렸는걸》은 도쿄에서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보여주는 한편, 그 안에 담긴 마흔의 삶을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한다. 매일 오가는 골목에서 맛있는 빵집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첫눈 내린 풍경을 보며 느끼는 오롯한 외로움, 수많은 사람이 가득한 복잡한 도시에서 길을 찾았을 때의 행복 같은 것 말이다. 평범해 보이기만 한 그녀의 삶을 엿보고 싶은 건 그녀가 발견하는 이런 틈새의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인생의 고속도로를 달려가지 못하더라도 그 옆의 잔디를 걸으면서 발견하는 풍경이 있기에, 힘을 내서 맛있는 빵을 한입 가득 먹고 주섬주섬 다시 길을 걸어간다. 마흔에 만나는 인생의 맛을 함께 느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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