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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아연 소년들 / Zinky boys

by 글쓰남 2017.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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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소년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렉시예비치를 법정에 서게 한 문제작으로 유명하다. 『아연 소년들』을 출간한 이후, 알렉시예비치는 그간 신화화되고 영웅시되었던 국가의 전쟁에 이의를 제기하고 참전군인들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다. 재판 이후 그는 이 책의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아연 소년들』 재판의 전말과 법정에 선 작가가 감당해야 했던 놀랍고도 모욕적인 과정들, 법정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마지막 장에 낱낱이 기록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과 ‘아연 소년들’이라 불린 전사자(소년병들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관에 담겨 돌아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들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년병의 어머니들은 어린 아들을 전쟁에 보낸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되면 아들이 아연관에 담겨 돌아온다’는 소문들 속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참전자들과 그들의 어머니를 심도 있게 인터뷰하며,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고 문학작품을 즐겨 읽으며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했던 평범하고 어린 소년들을 전쟁이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실제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왜 만 명이 넘는 소년들이 아연관에 담겨 주검으로 돌아와야 했는지를 파헤친다. 

전쟁터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과”인 직장이었다. ‘살인’을 주 업무로 하는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직장에서 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남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는 길 둘 중 하나뿐이었다. 설령 육신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소년병들과 참전 병사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졌다. 전쟁의 광풍에 휩싸인 아프가니스탄에 울려퍼진 어린 소년들과 어머니들의 절절한 절규는 전쟁이 아이와 여성, 인류의 가장 여리고 보호해야 할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증언한다. 



내 책 『아연 소년들』에서는 어머니들의 사연과 기도가 가장 가슴 아픈 페이지들입니다. 어머니들은 전사한 아들들을 위해 기도하지요…… 어머니들의 슬픔과 고통 앞에선 어떤 진실도 무색해집니다.

‘누가 죄인인가?’ 대체 이 영원한 질문을 얼마나 더 해야 합니까? 우리 모두 죄를 지었으며 우리 모두 이 거짓에 참여했습니다. 당신, 나, 그리고 그들. 문제는 다른 곳에, 즉 우리들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택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쏠 것인가, 쏘지 않을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침묵하지 않을 것인가?’ ‘갈 것인가, 가지 않을 것인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저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서는 거리를 지날 수 없을 때가 많은 이 불완전한 세상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저는 제 책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할 수도, 또 그럴 권리도 없습니다. 진실을 위해서 말이지요! 

_‘『아연 소년들』 에 대한 재판’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진술


아연 소년들 - 10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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