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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무너지는 제국 / 존 스칼지

by 글쓰남 2018.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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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제국 - 10점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구픽

플로우라는 시공연속체를 통해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상호의존성단(Interdependency)에 나뉘어 살게 된 미래의 인류. 황제가 살고 있는 허브 행성을 중심으로 많은 식민 행성들은 무역 독점권을 지닌 길드 가문에 의해 통치되며 플로우를 통해 교역하면서 무한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생긴 플로우의 균열, 그리고 성단의 가장 쇠락한 행성 엔드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제국의 분위기는 혼란스러워지고, 1순위 후계자인 오빠의 죽음으로 예기치 않게 황제 자리를 물려받은 카르데니아 역시 즉위 당일 테러 위협에 놓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제국의 지배권을 침탈하려는 최고 권력가 노하마페탄 가문과 라이벌 라고스 가문의 끊임없는 알력 싸움이 펼쳐지고, 라고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뛰어난 장삿꾼인 레이디 키바는 이 모든 상황 한가운데에서 무엇이 자신과 가문에 이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오래전 지구와의 연결은 끊어졌지만 플로우를 통해 40여 개의 행성들과 교류하며 위대한 번영을 이룬 상호의존성단은 갑작스런 플로우의 붕괴로 전혀 대비하지 못한 위기에 처한다. 존 스칼지는 독자가 이해해야 할 상호의존성단의 천 년 역사를 별다른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SF 초심자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함축적이고 간략하게 설명한 후 무시무시한 속도감과 필력으로 《무너지는 제국》의 이야기를 펼친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묵직함은 아니지만 보다 세련되고 능수능란한 이야기 전개로 돌아온 작가는 여전한 유머감각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비판하며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첫 편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풀어나간다. 

《무너지는 제국》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세 인물이다. 황제가 될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이 위기상황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카르데니아, 이 상황을 이용해 어떻게 이득을 취할 것인지 고민하는 상인 키바 라고스, 플로우의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온 학자 클레어몬트. 스칼지는 자신의 그 어떤 다른 작품에서보다 개성적이고 힘이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을 이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그중 압권은 키바 라고스다. 시니컬한 유머와 장사꾼으로서의 동물적 감각,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정한 정서 속에서 펼치는 날카로운 현실 판단, 자유분방한 성적 취향 역시 틀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재미를 마음껏 보여준다. 플로우의 붕괴와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한 황제의 즉위로 인해 흔들리는 제국의 정치 상황과 그 안에서 점차 강하게 변모해가는 황제 카르데니아의 이야기 역시 키바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여성 성장담으로서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상호의존성단 시리즈는 1편 《무너지는 제국》에 이어 2편 《The Consuming Fire》가 올해 10월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며 구픽에서는 빠르게 《The Consuming Fire》의 한국어판을 번역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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