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지금을 사는’ 행복론
『미움받을 용기』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기시미 이치로, 그의 어머니는 쉰 살이 되기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다.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구나.”
병세가 깊어지자 그녀는 아들이 학창시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기시미 이치로는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삶 앞에서, 북받치는 마음을 간신히 눌러가며 한 줄 한 줄 책을 읽어나갔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닿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끝까지 책을 읽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기력과 의욕을 잃지 않는 모습”은 기시미 이치로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의 “어머니는 남은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살았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네르게이아’는 비유하자면 춤이다. “춤출 때는 순간순간이 즐겁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춤추는 게 아니듯 인생 또한 끝을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는 의미다.” 즉,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인 것이다.
『마흔에게』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기시미 이치로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상담자와 상담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한다.
“열여덟 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습니까?”
오륙십대인 분들은 대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고 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쓰라린 경험도 했을 테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 쌓아온 발자취와 지식, 경험 그리고 그 모든 삶의 축적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그들은 말한다. “몸이 쇠약해졌다고 한탄하면서도 막상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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