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김영사 |
양자역학을 비롯한 물리학은 흔히 시간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을 찾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양자는 마치 마법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거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물리학 연구의 대상 또한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 속의 존재로 가정된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참인 물리법칙은 마치 수학법칙처럼 영원불변하는 진리일 것으로 간주되며, 어떤 사람들은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을 알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미래를 현재를 계산함으로써 얻어지는 논리적 귀결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간은 결과를 지연시키는 요인일 뿐 물리법칙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기능하지는 않고, 물리법칙은 비시간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모든 입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있으면 완벽한 예측이 가능하고, 원인과 결과의 대칭성에 근거하여 물리법칙을 역으로도 통제할 수도 있다는 발상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리 스몰린은 바로 이런 관점이 오늘날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을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했으며,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모든 물질이 과거의 영향이라는 제약하에 있음을, 법칙 또한 그것을 지금과 같이 만들어온 메커니즘이 있음을, 그리고 물질과 법칙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진화해왔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생명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진화론적 자연선택이라는 법칙 또한 없었을 것이 분명한 것처럼 우주가 지금과 같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물리법칙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양자역학에서는 한쪽에 있는 양자의 관측이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양자의 상태에 즉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관측되는데, 오늘날의 양자역학은 그저 이것이 두 입자의 ‘얽힘’ 때문이라고 묘사할 뿐 거동 원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광대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빛보다 빠른 속도의 신호로 통신하는 입자들이나, 무엇이 측정되는지 또는 누가 관측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실재에 대한 설명(불확정성의 원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처럼 어떻게 고양이가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것처럼 양자에 두 상태가 중첩되어 있을 수 있는지, 만약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원자의 거동이 그러하다면 왜 고양이는 양자처럼 거동하지 않는지와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책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은 왜 양자가 언제나 지금과 같이 거동했으리라 전제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초기 우주의 존재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때 이루어진 작용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스몰린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상대성이론과 열역학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과학적 발견을 아우를 수 있는 우주론과 양자이론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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