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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딱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by 글쓰남 2018.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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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 10점
윤동교 지음/레드우드

결혼 9년 차 유부녀의 기간 한정 빈둥거림 보고서

제주 한 달살이 대리 만족 에세이


# 자유롭게 심오하게 빈둥거리기 1주 차

적당한 익숙함과 적절한 낯섦이 공존하는 제주도 입성!! 


사는 데 아무 보람도 못 느끼고, 시도 때도 없이 짜증 나고 우울하며, 사방에 권태가 만개한다면… 아차! 그건 바로 번아웃 증후군! 번아웃 증후군으로 시달리는 직장인이 10명 중 9명에, 국민의 70%는 무기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건 심각한 사회문제다!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프리로 사는 결혼 9년 차 그녀에게도 어느 날 소리 없이 유행처럼 그 ‘불청객’이 찾아온다. 보통은 일탈의 욕망만 풍성할 뿐, 온갖 상상만 하다가 바로 없던 일처럼 접어 두거나 포기하고 말지만 그녀는 끝내 가족과 정신적 거리뿐 아니라 물리적 거리까지 두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로운 제주 한 달살이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1주 차는 그야말로 흥분과 설렘과 해탈의 희열로 충만한 시간들이었다. 대충 먹고 대충 씻고 밀린 드라마를 몰아 보며 최고의 게으름을 누리지만,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던 시간은 고작 일주일! 온전한 휴식과 진정한 자유가 길어지자 그녀에게 거짓말처럼 또 다른 한계가 찾아온다. 


# 여유롭고 고단하게 빈둥거리기 2주 차 

불안, 초조 그리고 뜻밖의 자아성찰


자유와 여유도 한순간! 썰물이 지나가면 밀물이 밀려오듯 그녀의 허송세월 빈둥거림의 나날에 끼어든 실체는 바로 불안! “이렇게 계속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가?”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람 없이 살아도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 달려오던 관성이 자꾸 뭐라도 하라고 그녀를 닦달하기 시작한다. 한 달살이를 작정한 초심과 상관없이 그녀에게 내면의 자아가 자꾸 귀찮게 잔소리를 해댄다. 

그녀는 꾸역꾸역 올라오는 감정의 민낯을 살피면서 매콤한 비빔국수 한 그릇에 포만감을 느끼고 때론 보리빵과 커피의 잔잔한 향과 맛에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뜻밖의 자아성찰을 하면서 그녀는 불안과 초조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그녀만의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 버라이어티하게 빈둥거리기 3주 차 

심심함과 무료함에 심신을 맡기는 시간들! 


3주 차, 한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남들이 모르는 샛길을 알게 되고 관광객으로 왔으면 보지 못할 풍경을 보게 되고 낯설었던 이곳이 이제 ‘우리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때. 여전히 바다 건너 저 멀리 내정간섭이 끊이지 않지만 3주 차는 허송세월이 체질인 듯 심심함에 심신을 그대로 맡긴다. 

숙소 주인아주머니와 신나게 떠들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호우, 산사태에 하룻밤을 덜덜 떨며 간밤의 무사함에 감사하고, 선물처럼 찾아온 베란다 손님 송충이 한 마리를 키우다 뜻밖의 죽음을 마주하기도 한다. 빈둥거리는 와중에 숙소 개들에게 간식을 주다가 개한테 물리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한다. 3주 차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달려오던 관성을 이겨 내야 하고, 내 안의 잔소리꾼을 잠재워야 하며, 생각과 감정의 늪에서 헤엄쳐 나와야 하고, 거대한 심심함의 무게를 견뎌 내야 하며, 1초가 1분 같은 시간의 왜곡 속에서 하루를 살아 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 빈둥거림의 끝, 다시 일상으로! 4주 차 

지긋지긋했던 그 익숙함과 편안함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시간! 


바리바리 택배로 보내왔던 짐들을 다시 집으로 보내고 숙소 안을 원상 복귀하는 시간.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타인과 거리를 두고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을 보듬으며 살았던 한 달. 그녀는 한 달 동안 진심을 다해 자신을 마주했다. 지독하게 고독한 시간을 보낸 뒤 그녀는 천지개벽으로 달라졌을까? 


무기력은 일상에서 벗어나라 권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 달 동안 탯줄처럼 연결된 모든 것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오로지 자신만 보듬으며 의미 있는 성장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득도의 시간을 가진 그녀. 그녀는 마치 딱 한 달은 아니어도 하다못해 일주일이라도 아니, 하루라도 효율적으로 온전하게 빈둥거림에 도전하라고 소곤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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