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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 윤대녕 소설집

by 글쓰남 2019.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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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 10점
윤대녕 지음/문학과지성사

윤대녕의 여덟번째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가 문학과지성사 2019년 첫 소설로 출간되었다. 윤대녕이 소설집으로는 2013년 『도자기 박물관』 이후 5년 여 만에 펴낸 책이다. 2015년 여름에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서울-북미 간」을 시작으로, 역시 『문학과사회』 2018년 가을호에 발표한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까지 3년여 동안 쓴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렸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고백하고 있거니와, 이번 소설집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 윤대녕에게 나타난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15년 1월에 뿌리치듯 한국을 떠나 북미로 간 윤대녕은 그곳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생각했다. “우선 단 한 편의 소설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밤마다 거미줄을 치듯 한 줄 한 줄 글을 씀으로써” 비로소 그는 스스로를 작가로 인정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작가의 말」). 이렇게 북미에 체류하는 동안 씌어진 작품은 소설집의 앞부분에 나란히 실린 「서울-북미 간」 「나이아가라」 「경옥의 노래」 세 편이다. 

각각의 작품에는 래프팅 사고로 죽은 딸과 여객선 침몰로 죽음을 당한 이들(「서울-북미 간」), 6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세상을 뜬, 친혈육은 아니지만 유년을 함께 보낸 삼촌(「나이아가라」),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연인(「경옥의 노래」)을 떠나보내기 위한 애도의 여행이 그려진다. 

윤대녕의 작품에서 ‘여행’은 낯선 것이 아니다. 그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은 ‘존재의 시원’을 찾아 길 위를 떠돌았고, 그 여정은 등장인물의 예민한 감수성과 신화적 이미지들이 결합된 언어로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서의 ‘여행’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씌어진다. 그것은 “죽은 자의 흔적을 좇는 여행, 죽고자 떠나는 여행,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부터 기원한 여행”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윤대녕의 인물들이 떠나는 모든 여행은 죽음을, 그것도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을 싸고돈다.”(김형중) 

한편, 특수 청소 하청 업체를 운영하며 아무도 모르게 방치된 죽음을 수습하는 일을 하는 장호를 통해 처절한 죽음의 현장을 다루는 작품 「밤의 흔적」은 압도적인 죽음의 장면 속에 자살에 실패한 여인의 꿈을 병치시키며 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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