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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by 글쓰남 2017.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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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 10점
소노 아야코 지음, 오근영 옮김/책읽는고양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한 일본의 소설가 소노아야코의 부부심리 에세이다. 부모의 불화 속에서 자란 저자가 아나키스트 부모 밑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 완전히 상반된 부부상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결혼의 본질과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성격 차이, 대화, 바람기, 배우자의 가족 등등 부부가 되어 겪는 다양한 갈등에 대한 이해를 담았다.


저자는 폭력적인 아버지 탓에 어려서부터 흔히 말하는 ‘행복한 가정’을 믿지 않았다. 누구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동반자살을 경험한 줄 알았지만,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놀라고 말았다. 이런 그녀가 아나키스트 부모 밑에서 자란 남편을 만나 결혼의 끝과 끝을 경험한다. 어머니의 생활밖에 체험하지 못했더라면 확신을 갖고 결혼을 믿지 않았을 그녀. 또 자신의 결혼밖에 보지 않았더라면 확신하고 결혼을 믿었을 그녀였기에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의 관념을 제대로 뒤집어 보여준다.



타인이 만나 혈육보다 더 친밀한 관계에 이른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혼은 애초부터 부조리 그 자체이다. 비혼이다 졸혼이다 하여 오늘날 결혼이 선택의 영역으로 거론되는 것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래서일까?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꼭꼭 씹히는 결혼에 대한 망상, 오해, 편견은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오도독뼈처럼 경쾌하다. 사소해 보이지만 은근한 무게를 가하는 결혼의 단면들이 낯설지 않다.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경험의 접점, 그러나 뜻밖의 해법 속에서 ‘우리는 왜 결혼을 하는지’, ‘결혼으로 인해 고민하는 수많은 이들을 보면서도 왜 결혼을 단행하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소노 아야코는 결혼의 이유에 대해 ‘사람을 알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사실 자신을 알고 싶다는 정열이 감춰져 있다고 강조한다. 이 핵심은 남들처럼 조건 따위를 따져 결혼하거나 나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을 조정하려 드는 부부 생활에서 결코 행복을 얻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부의 생활이 행복하면 인생은 신뢰할 만한 것이 되고, 그것에 증오나 미움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세상은 회의로 가득 찬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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