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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길 위의 독서 - 바람구두 인생 서평

by 글쓰남 2018.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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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독서 - 10점
전성원 지음/뜨란

온몸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온 독서인간의 인생 서평집

기억과 망각, 상처와 고통, 희망과 절망에 대한 깊고 절절한 고백


“나의 삶은 ‘길 위의 인생Life on the road’이라 여긴다. 떠돌이에서 길손, 구도자에서 행려에 이르기까지 나는 길과 관련된 모든 단어를 사랑한다. 비록 돌아가고픈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길 위에서 태어나 자라고 스쳐가는 모든 삶의 도반道伴들에게 배우고자 한다. 도처到處가 도처道處인 세상의 모든 길 위의 인생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이곳에 실린 글들은 모두 그 길 위에서 쓴 것이다.” -서문 중에서


날마다 책을 읽고, 책을 만들고, 책을 쓰고, 책에 관해 강의하며 살아가는 독서인간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며,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개인 홈페이지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바람구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유명한 서평가로 먼저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가 그동안 써온 500편 이상의 서평들 가운데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 성찰이 담긴 글들을 골라 새롭게 고쳐 묶은 ‘인생 서평집’을 펴냈다. 여기에는 ‘개인사적 절망과 사회사적 절망이라는 두 겹의 절망’을 짊어진 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전성원은 책을 읽으며 가슴 속 상처를 끄집어내어 고통과 직면하고, 망각하려는 권력에 맞서 집요하게 기억 투쟁을 벌이고, 배제당하는 소수자들에게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마음의 빚이자 빛인 존재들을 호명하며 실천 없는 삶을 반성하고, 절망과 허무의 세계를 견디는 가운데 불가능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자 고군분투한다. 

내면을 향한 지독한 사무침과 불의한 권력을 향한 분노 어린 결기를 담담히 토해내는 전성원의 삶의 풍경은 종종 쓸쓸하고 눈물겹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언제나 사람과 세상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흐른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신뢰와 사랑이 지금의 그를 만든 동력이기 때문이다. 전성원의 삶을 관통하며 그 안에서 공명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 『길 위의 독서』 역시 누군가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데우고, 지지하고, 응원하기를 기대한다.


“묵묵히 책을 읽고, 세상을 살피며 그 이면을 더운 가슴으로 더듬어보려 한다. 무심하게 무심하지 않은 노동을 꾸준히 수행한다. 읽고, 보고, 생각하며, 느끼는 그대로 작은 이익에 휘둘리지 않으며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이 땅에 유배된 자로서 세상을 견디는 나의 방법이다.”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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