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부당합니다 - 임홍택 지음/와이즈베리 |
“우리가 믿어온 ‘공정’의 기준이 뒤집어진다!”
<90년생이 온다> 이후 4년, 그 사이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건가?
수 년 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는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만 독자들에게 ‘세대론’이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 사실 책의 목적은 90년생이라는, 인류 최초로 목격된 희귀 종족의 습성을 관찰해 “쟤들은 이렇대”라고 설명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책을 쓴 작가 본인도 ‘특정한 누군가만의 문화’라는 분류 자체가 편견이라 말하고 있다. 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세대를 가르기 위한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방치된 채 점점 깊어지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의 골을 수면 위로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건강한 논의’가 책의 궁극적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갈등의 골은 한도 끝도 없이 깊어졌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싸움의 소재가 되었다. 사실 세대 갈등에 있어 서로 이해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해답이 없는 게 사실이다. BC1700년경 수메르 석판 한 귀퉁이에 “(자녀에게)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란 낯익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인류가 발전해온 지난 수천 년간 세대 갈등의 해법만큼은 찾아내지 못했다는 걸 반증한다.
‘모두를 위한 공정’이란 존재하는가?
서로 다른 우리가 부당함과 마주하는 법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이 새 책 <그건 부당합니다>로 돌아왔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존재 취급당하는 요즘 세대를 보며 저자는 단순히 나이 차가 아닌, ‘공정과 부당함’이라는 좀 더 근본적인 영역으로 논쟁터를 옮겼다. 90년생을 넘어 새롭게 성인으로 편입된 00년생도 바라보았다. 지난 몇 년간 이들은 빠르게 사회 중심부로 퍼져나가며 목소리에 물리적 힘을 싣기 시작했다. 연이은 대형 선거들은 그들의 영향력을 더욱 키웠다.
그런데 그들의 커진 목소리를 단순히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청년 특유의 저항의지’ 정도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 ‘90~00년대 태어나 고된 사교육+공교육을 버텨내고, 80% 이상의 비율로 대학에 진학해 학위를 따고, 고된 취준생활을 거쳐 어렵게 사회에 진출하더니 이제는 고인물 기성세대를 곤란케 하는 청년들’ 정도로 단순 분류해도 되는 걸까?
그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 나와 ‘어 이거 좀 이상하다?’ 갸웃거리게 만든 한 가지 키워드. 바로 ‘부당함’이다. 생각 이상으로 불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오히려 불공정하다 치부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어떤 사안에 대해 기성세대는 ‘현실적으로’ 그 정도면 괜찮다며 넘어가기도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잘못된 건가, 네가 잘못된 건가?
저자는 책을 통해 그간 우리가 찝찝해하면서도 그러려니 지나쳐왔던 수많은 반칙들을 되짚어보고,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당함에 대해서 꼬집는다. 들여다볼수록 그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세대 차이’가 아닌 ‘원칙 차이’였음을 알게 된다.
반칙하지 말자는 말이 그렇게나 이상한가요?
나는 스포츠 경기에 적용되는 기본적 수준의 ‘공정’을 우리 사회에 접목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두 가지를 뽑자면, 첫 번째로 ‘반칙 없는 경쟁 과정’을 만들고, 두 번째로는 ‘계속 변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 애초에 공정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그것은 바로 필드에서 뛰는 당사자들이 ‘반칙 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혹은 문제를 일으킨 특정 행위가 지금의 시대에 비추어 옳은지 혹은 옳지 않은지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출발선에 서서 ‘이 경기가 진짜로 공정하게 진행될까?’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정해진 룰을 숙지하고 게임에 참여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내달릴 뿐이다. (중략) 하나의 언어로 공정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세상을 조금 더 공정하게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인정해야 하는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다.
- 맺음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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