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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소고기 자본주의 - 당신의 식탁을 흔드는 머니게임

by 글쓰남 2016.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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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자본주의 - 10점
이노우에 교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엑스오북스           




“글로벌 머니가 당신의 밥상을 노리고 있다.”

당신이 소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우 한 마리 값이 1000만 원을 돌파하면서 웬만한 경차 값에 육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고기 국제 시세의 폭등으로 전 세계 식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금도 ‘먹을거리’를 놓고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유례가 없는 소고기 값 폭등현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배후에 있는 글로벌 머니게임이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지 추적한다. 

세계적인 방송사 NHK의 시사보도 베테랑 PD인 저자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소고기 덮밥’의 가격이 치솟자 이를 실마리를 삼아 식량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현장으로 파고든다. 

중국의 베이징·타이위안·다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 브라질의 세라노 초원, 베트남의 하노이 등지를 종횡무진하면서, 소고기·양고기·돼지고기 같은 식육은 물론 콩·옥수수 같은 곡물 값마저 쥐락펴락하는 머니게임의 실상을 파헤친다.

중국의 무지막지한 폭식 현상, 그 현상이 몰고 온 식육시장과 곡물 생산지의 변화, 탐욕스럽게 돈만 쫓는 ‘상품 인덱스 펀드’의 속성, 그 기발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자본가들의 복잡한 속내를 듣다 보면 소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머잖아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섬뜩해진다.

이 같은 글로벌 머니자본주의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시스템에 의해 갈수록 피폐해져가는 서민들의 삶을 회복하려면 저자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리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개념인 ‘산촌 자본주의’‘어촌 자본주의’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삶과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가자고 호소한다. 


소고기도 더 이상 자본의 흐름 앞에서 안전하지 않다.

‘먹을거리’ 전쟁이 한창인 머니자본주의의 정체를 파헤친다.


세계는 지금 ‘먹을거리’쟁탈전이 한창이다. 단순히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가뭄 때문에 한시적으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만 쫓는 글로벌 머니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거대 금융자본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전략을 가동하는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국제물가는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서 갑작스레 소고기 수요가 폭등하면서 공급이 달리게 되고 인덱스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가격이 올라가자 최대 소고기 생산지인 미국에서조차 소고기를 먹는 게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다. 일본 역시 소고기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민메뉴’라 할 수 있는 소고기 덮밥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인상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일본 공영방송 NHK의 시사 다큐프로그램 <NHK 스페셜> 팀의 베테랑PD인 이노우에 교스케가 ‘먹을거리 전쟁’이 펼쳐지는 세계 곳곳의 거점을 밀착 취재한 리포트다. 식량 위기가 턱 밑까지 다가오게 된 과정과 전세계적를 뒤흔드는 복잡한 현상의 맥락을 간결하게 현장감 있게 짚어주고 있어 지금의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이 먹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국민메뉴인 소고기 덮밥의 가격이 크게 오른 현상은, 단순하게 보면 중국 때문이다. 중국의 거대한 폭식과 무지막지한 수입이 먹을거리 시장을 뒤흔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또 다른 사정이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타격을 입은 중국의 자본이 너도나도 소고기 수입에 뛰어든 것이다. 소고기 수요를 진작시키려는 업자들의 극성스런 노력에 힘입어 소고기 수입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전통적으로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식성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면서 공급 시장을 뒤흔드는 형국이 도래한 셈이다. 머니자본주의의 특기인 ‘역회전 사이클’이 소고기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고기가 뛰면 모든 게 뛴다

소고기 값이 뛰면 소고기 사육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다. 다른 가축을 기르던 농장들도 소고기 사육으로 전환한다. 그 바람에 ‘양의 나라’인 뉴질랜드에서도 양 사육을 포기하는 농장이 속출하면서 ‘소의 나라’가 될 판이다. 양보다는 소고기 사육이 훨씬 더 수익성이 높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나 할까. 또 소고기 사육이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소가 먹는 사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사료 생산량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료 경작지가 조성돼야 한다. 브라질의 광활한 세라도 초원이 빠른 속도로 무분별하게 콩이나 옥수수 밭으로 개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바람에 수십 년 동안 세계 사료시장을 장악해온 미국의 거대 곡물회사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상품 인덱스 펀드

식육과 곡물의 가격 급등 원인을 중국의 폭식에서만 찾는 것은 곤란하다. 선진국의 영악한 금융공학자들이 만들어낸 ‘커모디티(상품) 인덱스 펀드’가 그보다는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금·구리·원유·소·돼지·커피·옥수수·면화 등 실물자산으로 구성한 선물 상품 인덱스 펀드가 나오자 아마추어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생산 환경과 소비시장 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익성과 안정성만 쫓는 펀드의 속성 탓에 시장 가격은 제멋대로 요동친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오로지 값이 오르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어떻게든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시세를 끌어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곡물을 생산하는 사람, 곡물을 소비하는 사람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몰고 온 머니자본주의는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현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낸다. 오로지 돈만 쫓는다.


머니자본주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돈을 낳는 머니자본주의의 피해는 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 파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뉴욕 맨해튼의 뒷골목엔 중산층으로서 풍요를 누리던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맨해튼의 금융자본은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물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글로벌 머니자본주의는 이대로 지속돼야 하는가? 

저자는 제 발등을 찢는 탐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촌 자본주의’ ‘어촌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발상을 제안한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글로벌리즘의 사례를 소개한다. 성장, 수익 일변도의 트랙에서 벗어나 우리가 현재 발붙이고 사는 그 땅에서 자연 친화적인 생산 환경을 만들고 공존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때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의 친화력과 설득력 

이 책은 30년 가까이 글로벌 경제현장을 밀착 취재해온 시사다큐 전문 PD의 ‘내공’ 덕분에 복잡다단한 글로벌 머니자본주의 실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복잡한 이론과 통계를 앞세우는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피부로 겪는 경험,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살벌한 무역 전쟁의 현장 스케치, 머니게임을 주무르는 베일에 가려진 취재원 인터뷰 등을 적절히 버무려냄으로써 평범한 독자들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자본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책의 말미에 머니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산촌-어촌자본주의’의 실태는 우리의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결론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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