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의 손
![]() | 에셔의 손 - ![]() 김백상 지음/허블 |
한국과학문학상,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를 그리다!
2017년 열린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장편 부문 대상 1편, 중단편 부문 대상 1편과 가작 5편을 선정했다. 이번 심사에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은 선정작이 없었다. 심사는 최종 수상작이 선정될 때까지 이름, 성별, 직업 등 모든 정보를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심사위원으로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보영(소설가), 김창규(소설가), 배명훈(소설가),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 참여했다.
어느 날, 주요 정부 기관과 증권거래소, 방송국, 대형 포털사이트 코스모스 등의 서버실 여섯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국회, 대법원, 행정부의 서버가 폭파돼 입법, 사법, 행정 업무가 정지했고, 증권거래소와 방송국의 서버 폭발로 주식거래와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하지만 사건은 여느 테러와는 다르게 무언가 이상했다. 첫째, 범인들이 각각 테러 목표에 폭발물을 설치한 후 모두 경비실로 향했다는 점, 둘째, 경비실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정신을 잃었다는 점, 셋째,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범인들이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랬다. 범인들은 자신들이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들은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경찰은 범인들을 검거하고도 사건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했다. 거짓말탐지기, 전뇌분석, 최면술까지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범인들이 지니고 있던 「이것은 개벽. 섭리의 섭리다. 우리는 그의 일곱 사도다.」라는 이상한 글이 적힌 전자 메모지와 범인들의 귀 뒤에 새겨진 숫자 문신은 사건을 더욱 깊은 미궁으로 빠져들게 했다.
언론 역시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기에만 급급했다. 그 와중에 사건의 본질이 전뇌해킹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누군가 열두 명의 전뇌를 해킹하고 그들을 조종해 테러를 일으켰다는 주장이었다. 그 해커의 이름이 ‘섭리’가 아니겠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뇌공학자와 전뇌의들은 전뇌해킹을 부인했다.
한편 전뇌 제작사인 E-뉴로테크는 전뇌 해킹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건이 조금 잠잠해졌을 무렵, 머릿속이 깨끗이 지워진 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수는 스물한 명, 거주지는 모두 서울 근교. 누군가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고 확신한 E-뉴로테크의 사장 이형일은 ‘현우’에게 연락하고, ‘현우’는 기억을 지우는 자인 ‘진’을 추적한다. 한편, ‘수연’은 ‘일곱 사도 사건’으로 죽은 ‘마리’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사건의 배후인 ‘섭리’의 뒤를 쫓는다. ‘미연’은 딸 마리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모든 연구를 중단한 채 살아간다. 수연이 진을 만나 기억을 지우기로 합의한 날, 해커 ‘샘’의 도움을 받은 현우가 마침내 진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