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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한국인, 어떤 집에서 살았나 - 한국 현대 주생활사

by 글쓰남 201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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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떤 집에서 살았나 - 10점
이희봉 외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 책은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인의 주생활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각 시기별로 나누어 살핀 것이다. 물질로서 집의 변화를 다루는 것을 넘어서서 현대 한국인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재구성했다. 인문학 및 사회과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인이 영위해온 일상의 소소하고 생동감 넘치는 주생활사를 각 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 배경과 연결 지어 통찰했다. 각종 도면, 국가기록물, 신문, 잡지, 박물관 자료, 기업사 자료, 구술 및 조사 자료, 방송 자료, 논문, 단행본, 웹사이트 등과 같은 다방면의 자료를 분석하여 기술했다. ‘의식주 생활’은 그 주체인 ‘사람’, 입고 먹고 거주하는 그들의 ‘행위’, 그리고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 책은 시간적 흐름 속에서 의식주 생활을 영위하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각과 선택에 주목하며, 의식주를 통해 드러난 당대인의 심리까지 살펴보고자 했다.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생활사, 미시사를 통해 오늘날 한국인이 영위하고 있는 의식주의 현대적 기원과 그 변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1부 ‘유산: 해방과 전쟁, 그리고 폐허 속에서(1945~1964)’는 해방 후 20년간의 주생활을 다룬다. 이 시기는 중국 동북 지방과 일본 등지에서 돌아온 수백만 명의 동포, 공산당의 압제에 시달려 38선을 넘은 ‘삼팔따라지’, 남쪽으로 내려온 피란민 등으로 인구가 늘면서 극심한 집 부족 문제를 겪었다. 이들이 살 집을 지어야 했지만,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의 수탈과 뒤이은 한국전쟁에 시달린 한국 사회는 도저히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도시에 ‘해방촌’이 생겨났다. 또 일제강점기에 70만 명의 일본인이 머물렀던, ‘적산가옥’에 한국인들이 들어가 살면서, 한국의 전통적 주거 습관에 맞게 여러 가지 개조가 이루어졌다. 



2부 ‘변화: 양옥의 전성시대(1965~1984)’는 1961년 5·16 군사정권이 들어선 직후 시작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그 여파로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일부 일본식 주거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천 년 이상을 살아오던 한옥이 양옥으로 바뀌게 되는, 단군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 중심에는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화로 인해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밀집 적층식 공동주거는 새로운 주거형태로 정착되었다. 강남 개발을 비롯하여 대도시의 외곽에 새로운 단지가 대규모로 속속 개발되었다. 신축 주택은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예외 없이 양옥으로 지어졌다. 넓은 대지에 분산식이던 한옥이 양옥으로 압축되었다. 한옥이 서양에 뿌리를 둔 양옥으로 바뀌면서 초기에는 전통생활과 충돌하기도 했으나 절충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독특한 형태로 적합하게 안정되었다. 아파트는 단지로 집단 개발되면서 전국에 퍼져나가 점차 한국인의 표준 주거가 되어갔다. 


3부 ‘정착: 대한민국 삶의 완성(1985~1999)’에서는 생소하던 아파트가 전국 평균 주거로 완전히 자리 잡는다. 1985년 전국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총 주택수의 13.5%에 그쳤지만, 2000년에는 아파트가 전체의 47.8%로서 단독주택 37.1%를 압도한다. 대한민국 절반의 주택이 아파트가 된 셈이다. 고층화·고밀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주거지를 교외 전원주택으로 옮기거나 복고적으로 한옥 내부를 개조하여 현대생활에 맞게 고쳐나가기도 하고 아예 한옥을 신축하는 움직임도 꾸준히 나왔다. 


4부 ‘현재: 최근의 경향(2000~2015)’은 대한민국의 주거가 과거로부터 격변기를 거쳐 20세기에 완성되고 21세기에 들어서 세부 조정을 거치는 면면을 살폈다. 대한민국 주거는 이미 보편적 주거로서 전래의 단독주택에서 벗어나 공동주택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1960년대만 해도 생소했던 아파트는 이제 대한민국의 주류 주거 형태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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