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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by 글쓰남 2017.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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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 - 10점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열린책들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신작이 화제다. 올해 2월에 출간된 『폭정: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On Tyranny』은 출간 2주만에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3위, 아마존 종합 3위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독일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서는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128페이지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한두 시간이면 다 읽어 낼 만한 분량이다. 그러나 파시즘과 홀로코스트 같은 20세기의 비극을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폭정>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역사의 교훈 20가지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는 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경쟁자였던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이 목소리들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쯤으로 치부된 듯하다. 트럼프의 집권은 민주주의가 굳건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에 균열을 내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이를 계기로, 스나이더는 다시 역사를 강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에게 <시민>이 되기를 촉구한다. <개돼지>로서 <폭정>의 희생자가 되는 대신, 사회와 제도의 건설자이자 수호자, 역사의 개척자로서 거듭나기를 호소한다. 



『폭정』은 트럼프 당선 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한 가장 신속한 대응에 속했다. 지식인의 대응으로서는 더욱 그랬다. 미국의 지식인 사회는 결코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나이더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반응했다. 즉 <트럼프가 왜 당선되었는가>라고 묻지 않고, 곧장 이제 <시민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현실화되자마자 준비했던 행동에 나섰다. 

스나이더는 애초에 책까지 쓸 생각은 없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며칠 뒤, 그는 자기 페이스북에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을 게시했다. 딸 사진 같은 일상을 올리던 평소와는 달리 길고 진지한 글이었다. 이전까지 많아야 기껏 몇십 개 정도 <좋아요>를 받던 그는 그 글로 단 며칠 만에 1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출판해 주기를 부탁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 2월 28일 드디어 책이 나왔다.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뒤, 흥미롭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영국 아마존 사이트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책이 등록된 것이다. 제목은 스나이더의 책과 완전히 같다. 다만 그것은 컬러링북이었고, 티머시 스트라우스라는 가상의 인물이 저자였다. 책 설명에는 <세상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교훈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사용했던 구호를 연상시키는 문구였다. 이 악의적인 장난(?)은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스나이더가 책에서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묘사한 러시아가 바로 그 배후였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책은 한층 유명해졌다. 이 책은 미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거부와 저항 그리고 민주주의 옹호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소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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