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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짝짝이 양말

by 글쓰남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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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양말 - 10점
황지영 지음, 정진희 그림/웅진주니어

익숙했던 단어들이 갑자기 물음표를 달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래! 이게 다 짝짝이 양말 때문이야!

척 하면 착, 둘도 없는 단짝 승주와 5학년에 올라와서도 같은 반이 된 하나.
하지만 운명이라 생각했던 둘 사이에 유리라는 존재가 끼어든다.
하나는 유리에게서 승주를 되찾으려 애쓰다 다른 아이들과도 멀어지게 되고,
그런 하나의 곁을 맴도는 정균이와 자신을 “직업 부적응자”로 소개하는 담임 선생님은
매일 위로에 더해 신선한 혼란을 하나에게 건네 온다.
짝짝이 양말 신세가 되어 바라보니, 세상은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은 의문투성이.
단짝이란 무엇일까? 우정이란 무엇일까? 꿈이란, 씩씩함이란, 운명이란, 나다움이란?
하나는 자신의 눈앞에 던져진 사소하지만 중요한 질문들에 하나다운 답을 내려 나가는데…

더없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마주하는
우정과 관계의 진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아이의 일상에서 친구 관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더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로 누군가와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상황은 ‘단체 생활’이라는 체제와 만나 벗어나기도 어렵다. 단짝이나 우정 등의 소재를 예쁘게 꾸며 묘사한 작품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그것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짝짝이 양말>은 더없이 솔직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초등학생 사이의 우정과 관계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캐릭터들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설명과 교훈 대신, 거칠고 울퉁불퉁한 진짜 모습을 보여주며 읽는 이에게 질문을 건넨다. 인간 관계가 우리에게 몹시 중요하다고 해서 그 양상이 언제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그것을 정말 몰랐느냐고 어른들에게 되묻고는, 거칠고 서툰 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지키려 애쓴다. “너는 자세가 틀렸어. 좋아하는 인형을 뽑는 게 아니야. 뽑기 좋은 위치에 있는 인형을 뽑는 거지.” 라는 정균의 대사를 듣고, 하나가 “승주와 나도 그런 사이였을까?”라고 생각할 때, 싫은 소리를 할 줄 몰라서 유리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줄 알았던 승주가 “유리와 함께 놀면 재미있다”고 답할 때, 담담함은 오히려 단단함이 되고, 진심은 진실이 되어 흐리터분하던 눈앞에 씩씩한 횃불을 밝힌다.

얄미운 내 편과 안쓰러운 상대편 사이.
사랑할 만한 인물들의 납득할 만한 싸움

학기 첫날 보라색 머리카락으로 등장한 담임 선생님, 별다른 잔소리 한 번 하지 않는 엄마, 따돌림의 피해자이지만 자신이 늑대이고 다른 아이들이 토끼인 것 같다고 느끼는 하나 등, <짝짝이 양말>에는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말투며 옷차림에서부터 탄탄하게 구체적으로 설정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은 순간순간 맞부딪치며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서로의 가치관을 바꾸고 확장하며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같은 부분을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읽는 재미와 깊이를 더하는 대사와 장면들, 이를 따라 단선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를 넘어 순간순간 늑대와 토끼의 위치를 바꾸어 가지는 인물들을 미워하고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주위 사람들을 둘러싼 이해의 폭마저 넓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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