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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by 글쓰남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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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 10점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엘리

정혜윤, 이다혜, 요조 강력 추천!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정의하고, 호명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실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편찬 역사를 바탕으로, ‘영어의 규범’이라고 할 만한 이 사전을 만든 남성 편집자들의 역사에서 시선을 돌려, 사전의 권위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언어와 사전을 만드는 데 기여한 다양한 여성들을 조명한다. 에즈미라는 책상 밑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의 성장과 함께 더 멀리, 더 넓게 시야를 확장하며 사전의 역사뿐 아니라, 말과 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로 나아간다. 소설은 이 세계를 이루고 설명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권위에 포함되지 못한 단어들, 글로 쓰이지 않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어떤 세계를 설명해주는 단어들의 세계를 섬세한 감정들, 아름다운 문장들, 글과 말에 대한 애정으로 빚어낸다. 이 책은 흥미로운 사전의 역사이자, 한 여자아이의 감동적인 성장담, 서프러제트 운동을 비롯한 여성 인권의 역사로서, 세기의 전환점을 배경으로 주로 남성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공식적인 세계와 그 이면의 다채로운 세계를 오가며 아름답게 풀어낸다. 전 세계 10여 개국에 출간 계약된 화제작.

사전에서 빠진 한 단어, 그리고 그 단어를 ‘훔친’ 여자아이
글과 말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길어 올린 행간의 삶

“아주 조그만 보물 하나가 나를 찾아냈다.
그건 한 단어였다.”

“그것은 내게 왔기 때문에 특별했다.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아주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작고 연약했고, 중요한 뜻은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벽난로 불길에 던져지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아직 학교를 갈 수 없는 나이, 엄마가 없는 에즈미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자인 아빠와 함께 사전이 만들어지는 편집실에서 매일매일을 보낸다. 에즈미의 자리는 편집 작업 테이블 밑. 어느 날 에즈미는 테이블 아래로 굴러 떨어진 ‘Bondmaid(여자 노예)’라고 적힌 단어 쪽지 하나를 우연히 줍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잃어버린’ 단어들을 하나하나 모으게 된다. 에즈미는 그렇게 차츰 더 많은 ‘거절당한/거절당할 법한’ 여성들의 단어들을 하나둘 모아 자신만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낡은 트렁크 안에 꾸린다. 사전의 엄숙한 권위에서 밀려난 말들, 사전을 만드는 남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단어들이 그 속에 쌓여가고, 더는 테이블 밑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에즈미는 그 단어들이 주로 여성들의 언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는다. 에즈미를 둘러싼 사전 편집실의 분위기, 가슴 아픈 성장의 고통, 다양한 언어를 지닌 다양한 여성들 속에서 에즈미는 단어들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간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 초판 발간은 완간까지 70여 년이 걸린 초유의 프로젝트였다.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편찬되는 흥미로운 역사적 현장을 치밀한 자료 분석과 취재를 통해 꼼꼼히 재현해낸다. 에즈미라는 허구의 인물을 중심에 두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 인물들이며, 사전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Bondmaid’라는 단어가 누락된 사건 역시 사전 역사의 일부다. 사전 편찬 연대를 줄기 삼아, 일화들, 서신이나 단어 쪽지 같은 자료들을 면밀히 취재해 더하고, 공식적인 기록이 남긴 여백을 날카로운 질문들과 풍성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채워나간다. 저자인 핍 윌리엄스는 엘리트 남성으로 대변되는 공식적인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살아갔을 사람들을 생생히 그려낸다. 작가는 에즈미 못지않은 단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역사를 파고들어 행간의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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