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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어디쯤인지 모르겠는 오늘

by 글쓰남 201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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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지나쳤던 작은 감정들이 이제는 오래도록 떠돌며 은근한 밤, 잠 못드는 새벽이 되어 곁을 머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들은 뜻하지 않는 의도에 뜻하지 않는 관계의 어그러짐으로 남는다. <어디쯤인지 모르겠는 오늘>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면의 상처와 순간의 기록들이다. 저자 이보람이 써 내려간 청춘의 감정과 사사로운 고백들은 어른으로서 지친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그랬지, 나도 그래 하는 혼잣말을 일으킴과 동시에 허공에 흩어지는 일상의 공허함에 핑크빛 온기를 불어 넣는다. 그녀의 글에는 화려한 과장도 인위적인 표현도 없다. 그저 그녀의 삶처럼 툭툭 내뱉지만 뒤돌면 생각나고, 오랫동안 곁에 머무는 긴 여운만 있을 뿐이다. 


저자 이보람은 뒤척이는 새벽, 오늘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 “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가지 않게끔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전하라”고 조근조근 말을 건넨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변덕스러운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마음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수납 상자에 마음을 넣어놓으라고” 속삭인다. 나도 모르는 새 변해버린 자신에게 “잘했어, 그냥 아무 말 없이 앉아” 하고 토닥이라고 얘기한다. “외로워지는 날이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하늘을 바라보라고. 가끔은 혼자 고이 접어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용히 마음을 달랜다.


피곤하면서도 행복을 찾으려는 하루.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지쳐, 홀로 커피 한잔에 마음을 드리우는 날. 미래를 향해 잘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날. 세상의 눈빛과 의식에 주저하고, 나조차도 모르겠는 하루의 연속. 그날 소중했던 건 결국 오늘 하루가 아니었을까? 어디쯤인지 모르겠는 오늘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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