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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by 글쓰남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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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외국어 - 10점
조지영 지음/위고

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 외국어 방랑자의 마음은 쉽게 정박하기 어렵다


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국어 방랑자이다.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저자는 심지어 전혀 모르는 말도 독학을 한다. 책 한 권을 사다가 그냥 무작정 들여다보거나 오가는 출퇴근길에 괜히 들어보고 마는 식이다. 그것이 중국어로부터 시작되어, 아니 그 앞에는 일본어가 있었고, 그 후로 독일어나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기묘한 방랑생활이 되었다. 관심은 많지만 열심히는 하지 않는 꾸준함, 습관적인 게으름 속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이 집요한 미련을 해부(?)하고자, 미지의 외국어가 어째서 나를 매혹시켰는지, 혹은 그 매혹이 문득문득 어떻게 다시 일상에서 발현되곤 하는지를 더듬는다.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때때로 한국어로 가득 찬 지루한 일상의 마라톤을 버티게 해준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에게 없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책을 금방 덮기도 하지만, 간혹 입으로 읊조렸던 단어들이 귀에 들릴 때, 여행지의 안내문에서 아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반가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괜히 혼자 뿌듯해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순간은 극히 드물고, 평소에는 사실 그냥 크게 쓸 일이 없을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대견하고 어쩐지 시간을 좀 가치 있게 쓰는 것 같아 미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모든 외국어 방랑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집요한 습관 혹은 미련은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 외국어를 잘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 모르는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때때로 한국어로 가득 찬 지루한 일상의 마라톤을 버티게 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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