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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사하맨션 - 조남주

by 글쓰남 201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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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 10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 21세기 『레 미제라블』 

『사하맨션』은 21세기의 언어로 그린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소설의 주인공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살인자가 되어 사하맨션에 찾아든 남매가 중심에 있지만 30년 동안 맨션에 세 들어 사는 인생들이 콜라주처럼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추락사를 자살로 둔갑시킨 사장을 죽인 도경과 그 누나, 남매처럼 10년 전 국경을 넘었다는 관리실 영감,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라, L2로 태어났지만 보육사의 꿈을 좇았던 은진…… 사하맨션 입주자들의 면면은 그들이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고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마주한 차별과 혐오의 현상을 돌아보게 한다.”(김현 시인) 

■ 신자유주의 디스토피아로 갱신되는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한 미래는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끔찍한 세계였다. 안정적 질서가 최고의 가치인 이 세계에서 감정은 억압되고 사랑은 금지된다. 디스토피아로서의 ‘멋진 신세계’는 『사하맨션』의 도시국가, 즉 ‘타운’의 모습으로 갱신된다. 타운은 주민권을 지닌 사람과 체류권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된다. 주민 허가제는 주민 자격을 제한하고 체류라는 형식은 합법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기만적인 제도로 악용된다. 타운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부유하고 삶의 질이 높은 곳이라면 사하맨션은 타운이 거부하는 사람들, 타운이라는 ‘시장’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소모품조차 되지 못한 사람들의 공동체다. “신자유주의 디스토피아의 현재와 미래, 삶의 진상(眞相)과 이상(理想)을 동시에 가리켜”(신샛별 문학평론가) 보이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공존시키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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